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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시閑담] "팀장님 자리에 안계십니다"

입력 : 2011.03.16 09:57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투자전략 시황 애널리스트들이 부쩍 바빠졌습니다. 투자자 설명회는 물론이고 회사 소개행사(IR), 기관 투자자 미팅, 보고서 작성, 내부 회의, 방송 출연 등 연일 눈코뜰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 휘하 시황담당 연구위원 모두 자리를 비워 다른 연구원들이 이들을 찾느라 허둥대기도 합니다. 회사로 문의는 빗발치는데 전략을 제시해 줄 애널리스트가 없어 난감하기 때문이죠.

애널리스트들이 바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증시전망을 주로하는 투자전략 담당 애널의 경우 얘기가 좀 다릅니다. 리먼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투자전략 애널들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최근까지의 상승장은 미국이 대규모로 돈을 풀면서 생긴 일종의 유동성 장세였습니다. 여기에 경기회복까지 이뤄지고 있으니 주식시장으로선 더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었죠. 굳이 방향을 예측할 필요가 없었던 셈입니다.

이쯤되면 주식시장의 관심은 ‘주가가 얼마나 오를까’가 아닌 ‘어느 종목을 사야 돈을 벌 수 있을까’가 됩니다. 증시전망의 초점도 시황이 아닌 종목에 가 꽂힙니다. 다른 종목보다 덜 오른 종목, 수익이 많이 날 것 같은 종목, 외국인이 많이 사는 종목 등 온통 종목 이슈가 리서치센터의 핵심이 되죠.

특히 작년의 경우 대형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대형주는 대형주대로, 중소형주는 중소형주대로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들 모두 바빴습니다. 대형주 담당 애널들은 추가상승 여력을 꼽아보느라, 중소형 담당 애널들은 틈새를 노릴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일부 증권사들은 중소형 담당 스몰캡팀을 확대하느라 리서치센터의 역량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매기(買氣)가 확산되면 중소형주 장세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죠.

투자전략 애널들은 이같은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참에 공부나 더 해야 겠다며 유학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시황은 기업분석과 달리 탐방꺼리도 없이 내근만 해야 하는지라 신임 연구원들의 기피분야가 됐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물가우려에 이은 중동발 유가급등, 여기에 일본 대지진까지 터지면서 증시 지형이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주가가 얼마나 더 빠질 지, 언제 반등할 수 있을 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지 분석하느라 리서치센터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투자전략 애널을 찾는 수요도 늘었습니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보통 상승장에서는 더 오를 것 같은 기업을 잘 찾아내는 게 리서치센터의 능력이라 기업분석이 강조된다”며 “최근 조정장이 찾아오면서 기업분석보다는 시장분석이 더 중요해져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