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법 개정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상속세 공제 한도를 늘리고, 기업 상속 최고세율을 낮추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며 상속세 완화를 들고나왔다. 현행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일괄 공제 8억원, 배우자 공제 10억원’으로 높이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18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어도 상속세 면세 대상이 된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40%로 낮추자는 정부와 국민의힘 방안에는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세금이라기보다는 징벌에 가깝게 변질됐다. 상속세 공제 한도는 1997년부터 28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50평형이 5억원이던 시절에 공제 5억원으로 설정한 것을 그대로 두었으니 당시엔 소수 부유층이 내던 상속세가 이제는 중산층도 내야 하게 됐다. 그러니 이 대표와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을 겨냥해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여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선심을 쓰는 듯하지만 미국은 2024년 기준 1292만달러(약 184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이것 못지않게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이 세계에서 제일 무거운 기업 경영권 상속세 문제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둘째로 높지만 기업 최대 주주에게는 할증까지 붙여 실제 최고 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최대 주주에게 할증까지 붙이는 건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고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이다. 두 세대에 걸쳐 기업을 승계한다면 기업이 사실상 국유화될 수 있다.
높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대주주가 세금 내려고 회사를 팔아야 한다면 그 세금 액수보다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클 것이다. 그 기업이 문제없이 경영을 계속해서 근로자를 고용하고 법인세를 내는 것이 국민 전체에게 더 이익이다. 나중에 대주주가 기업 경영권을 매도한다면 그때 세금을 물려도 결코 늦지 않다.
일본의 경우, 상속세율이 명목상 55%로 높지만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사업 승계 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징벌적 상속세를 OECD 국가들 기준에 맞게 합리적 수준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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