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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세기 만에 처음 2년 연속 美에 뒤처진 韓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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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를 기록했다고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했다. 4분기는 직전분기 대비로 연율 2.3% 성장했다. 뉴시스미국 경제가 지난해 연간 2.8%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재작년 2.9% 성장에 이어 2년 연속 3%에 육박하는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를 기록했고 작년엔 간신히 2.0%에 턱걸이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우리보다 16배나 큰 미국에 연이어 경제성장률 역전을 당한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2년 연속 미국에 뒤처진 건 197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우려를 더한다. 이제 막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 경제가 완숙 단계에 접어든 미국보다도 성장 정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미국 경제가 탄탄대로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활황을 보인 덕분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혁신 성장과 첨단 제조업 부활을 발판으로 일자리가 늘고 가계 소득이 회복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끈 것이다. 엔비디아,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시장 판도를 뒤바꾸는 선도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은 미국 경제의 역동성으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한국 경제는 오랜 내수 침체에 계엄·탄핵 충격까지 덮쳐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고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이미 올해와 내년까지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면 성장률 감속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새해 들어 수출마저 꺾이면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2%까지 낮췄다. 수출 외날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 안주한 탓에 대내외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셈이다.
 
 
 
 
자칫 성장 동력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률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Peak) 코리아’ 경고음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인 잠재성장률도 지난해 미국에 역전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성장에서 탈출하려면 재정·통화·금융정책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게 시급하다. 아울러 혁신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는 정공법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무능한 정치에 모든 게 막혀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