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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지구, 인류

“행복은 부-명예-학벌 아닌 ‘관계’에 있습니다”

 

 

 

[2023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1〉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
하버드생과 빈민청년, 그 자손까지
85년간 2000여명의 삶 추적 결과
“인간관계에 만족하면 신체도 건강”

 
 

미국 하버드대 재학생과 보스턴 빈민가 청년들 중 누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될까? 1938년 이 질문을 던졌던 하버드대 연구팀은 이후 현재까지 85년 동안 이들의 삶을 추적한 끝에 답을 얻었다.

“우리의 방대한 과학적 연구의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인생에 있어 오직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다.”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72·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행복을 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니었다.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은 사람들과의 ‘질적인’ 관계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월딩어 교수는 미국 역사상 인간의 삶에 대한 최장기 연구 프로젝트인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의 4번째 책임자다. 2002년부터 21년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월딩어 교수는 “놀라운 것은 ‘의지할 만한 관계’가 행복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라며 “50대일 때 인간관계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사람들이 80대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50대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도 70, 80대 때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적극성 등 성격적 기질도 30대 땐 성공에 영향을 미쳤지만 노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월딩어 교수는 “외로움과 고립은 술과 담배만큼 건강에 해롭다. 원치 않는 고립에 빠진 이들은 중년에 신체 건강이 급격히 저하되고 뇌 기능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교육열이 강하고, 성취욕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 수준은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었다. 자녀에게 의사가 되라는 식으로 무엇이 되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85년 동안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해서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아동기 가족과의 관계는 80대까지 생애 전반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