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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外

[자막뉴스] 시진핑 앞에서 '돌발상황'...의문의 후진타오 강제 퇴장

 

 

입력 2022.10.16 21:16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앉으라고 권하고 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 개막식에는 현 지도부는 물론 전직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장쩌민(96) 전 국가주석과 주룽지(94) 전 총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둘 다 90세가 넘은 고령이어서 회의 참석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들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적잖게 퍼진 상황임을 감안할 때 두 사람과 시 주석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이날 측근의 부축을 받으며 개막식장에 들어섰다. 그는 무척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국가 제창 등이 끝나자 시 주석이 후 전 주석 쪽으로 몸을 돌려 의자에 앉으라고 권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36)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도 사건 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시 주석이 연설하는 동안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꼽히는 이들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연단의 맨 앞줄에 앉은 중공 정치국원 가운데는 후춘화 부총리가 시 주석 연설 도중 5분간 자리를 비웠다. 중간중간 팔짱을 끼기도 했다. 정치국원 가운데 시 주석의 연설 도중 팔짱을 낀 사람은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상무위원)와 후 부총리뿐이었다. 반면 시 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 중앙 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서기는 꼿꼿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이따금 연설문을 읽었다. 역시 상무위원 후보로 꼽히는 리시 광둥성 서기, 리창 상하이시 서기도 고개를 숙인 채 연설문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는 펜으로 시 주석의 말을 받아 적었고, 리훙중 톈진시 당서기는 형광펜으로 줄을 치며 연설문을 읽었다. 개막식이 끝나자 시 주석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국회 격) 상무위원장에게만 웃으며 짧은 말을 건넨 후 퇴장했다.

 

본지를 비롯해 이날 개막식에 참여한 내외신 기자들은 14일 저녁부터 베이징 지정 호텔에 모여 2박 3일의 ‘폐쇄식 관리’를 받았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의 ‘방역 버블’처럼 지정된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온 중국 기자들은 그에 앞서 7일간 별도 사전 격리도 했다. 해외에서 중국으로 입국할 때 거치는 방역(총 10일)에 준하는 조치다.

 

 

 

習측근 리잔수가 팔목잡고 서류 뺏자
후진타오, 리에 못마땅한 표정 지어
習가 수행원에 지시한뒤 ‘후 퇴장’

수행원에게 넘어가는 서류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옆에 앉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열어 보려던 서류를 시 주석의 최측근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오른쪽)이 가져가 한 관계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22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후진타오 전 주석(80)이 강제로 퇴장당한 정황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이날 스페인 일간지 ABC는 폐막식 현장에 있었던 기자가 촬영한 사진 14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AFP통신 등이 공개했던 후 전 주석 퇴장 영상보다 앞선 시점의 상황이 담겼다.

당시 후 전 주석 왼쪽에 시 주석이, 오른쪽에 시 주석의 최측근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ABC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후 전 주석이 바로 앞 책상 위에 놓은 빨간색 서류 파일을 열어보려 하자 리 위원장은 후 전 주석의 팔목을 잡으며 해당 서류 파일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후 전 수석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리 위원장은 후 전 주석에게 뭔가 말을 건넸다. 후 전 주석은 굳은 표정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모습을 본 시 주석은 어딘가에 눈짓을 보냈고 당 중앙판공청 쿵사오쉰 부주임이 황급히 시 주석 옆으로 왔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시 주석이 후 전 주석을 본 뒤 쿵사오쉰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시 주석은 후 전 주석 뒤에 온 쿵사오쉰에게 무언가 지시를 했고 이어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후 전 주석 뒤로 다가왔다. 쯔유시보는 이 남성이 “시 주석의 수행원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시 주석 쪽으로 몸을 숙여 시 주석의 지시를 받은 뒤 후 전 주석의 양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려 했다. 후 전 주석은 일어나지 않으려 저항하다가 수행원에게 이끌려 퇴장했다. 이날 상황은 저장성 리수이시 당 서기 자격으로 당대회에 참석한 후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50)도 대표단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후 전 주석의 퇴장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시진핑계의 압승, 후진타오계의 몰락’으로 끝난 이번 당대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시진핑 1인 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후진타오계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의 리커창 총리,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이 이번 당대회에서 모두 축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전임인 후 전 주석의 퇴장을 공개 석상에서 지시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을 과시한 셈이다.

영국 BBC는 “후진타오 시대의 개혁개방이 (시진핑 시대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후진타오의 퇴장은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시 주석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후 전 주석의 퇴장 경위에 대해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