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금리 ‘빅스텝’ 인상론… 한국선 국채금리 급등
거세지는 긴축 공포… 美 한번에 0.5%p 올릴 가능성
美국채금리 오르자 나스닥 급락… “코스피 2500까지 하락할수도”
미국 1월 물가 상승률이 7.5%(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 인플레이션 불길이 갈수록 커지면서 소방수 역할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응을 글로벌 금융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겸손하면서도 기민하게(humble and nimble)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시장도 파월 의장의 발언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10일(현지 시각) “연준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단숨에 0.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다”고 보도했다.
채권 금리의 움직임을 통해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1월 소비자물가 발표 직후 95%로 급등했다. 전일까진 24%에 불과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코로나 이후 초저금리의 힘으로 달아올랐던 증시 등의 거품이 꺼지며 시장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연준은 통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다.
◇“연준, 3월 회의까지 기다릴 여유 없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일 “오는 7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는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7월까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FOMC 회의가 세 차례 남아 있기 때문에 추가 회의를 열지 않으면 적어도 한 차례 회의에선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 회의가 열릴 3월 중순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 럽키 Fwd본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고용 시장이 과열되고 인플레이션은 더 뜨거워진 상황이라 다음 FOMC까지 한 달 넘게 남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연준은 한 해 8차례 FOMC 정례 회의를 여는데 2월엔 회의가 없다.
안영진 SK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소비자물가는 식료품 가격이나 연료 같은 공급측 물가뿐 아니라 자동차 가격, 주거비 같은 수요측 물가도 높아졌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빨리 올려)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한국 국채 금리 급등, 증시는 하락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연준의 긴축 기조가 강해지리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증시가 하락하는 등 시장엔 충격이 번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발표 후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유통 금리)는 전일보다 0.09%포인트 오른 연 2.03%에 거래를 마쳤다. 2019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정해진 이자’를 주는 채권의 매력을 떨어뜨려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유발한다. 11일 한국의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일보다 0.08%포인트 오르며 연 2.34%까지 상승,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2.3% 선을 돌파했다. 이날 금리는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방위 거품, 코스피 2500까지 하락 위험”
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인상’을 단행한 것은 2000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기준금리를 연 6.0%에서 6.5%로 올렸다. 연준은 그전에도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경제 과열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결되지 않자 초강수를 두었다. 긴축 고삐를 강하게 조인 결과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이른바 ‘닷컴 버블’이 붕괴했다. 2002년 10월 나스닥은 2000년 고점 대비 80% 가까이 하락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000년엔 주식에만 ‘거품’이 끼어 있었다면 지금은 부동산 등 전방위적인 거품이 형성된 상황이어서 충격이 더 클 것”이라며 “미 연준이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코스피는 2500선까지도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한국은행은 이날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회의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 가속 예상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필요할 경우 국고채 추가 단순매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년만에 닥친 미국發 인플레, 대공황 떠오르는 3가지 이유 (0) | 2022.02.18 |
---|---|
글로벌 물가 공포, 美는 “죽기 살기 대응” 韓은 돈 풀 궁리 (0) | 2022.02.15 |
주가 한국 15.5% 하락 때 대만 6.7% 상승… ‘닮은꼴 경제’인데 차이 나는 네가지 이유 (0) | 2022.02.06 |
코로나 속에서도 한국 경제 성장세…G7 중 6개국은 마이너스 (0) | 2022.02.01 |
CEO 다보스 설문조사 77% "올 경기 작년보다 좋다" (0) | 2022.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