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한국인 팀장 “삼성엔 없고 아마존엔 있는 이것”
[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김태강 아마존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인터뷰
입력 2021.07.14 07:58
“회의가 시작됐고 어색한 침묵이 가득했습니다. 그 순간이 어찌나 답답하고 어색하던지… 등에 땀이 흥건했었죠.”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3년 4개월째 일하는 김태강(32)씨는 아마존에 입사해 경험했던 첫 회의를 이렇게 떠올렸다. 아마존에서는 모든 회의가 참석자 각자가 관련 보고서를 정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어색한 침묵에 한국의 삼성전자에서 5년간 직장 생활을 한 그도 당황했다는 것이다. “삼성 회의실에선 침묵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죠. 오히려 침묵이 생기면 방송사고라도 난 듯 오디오를 채우느라 바빴죠. 하지만 아마존에서 모든 회의가 그렇게 시작됩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최근 리더십 교체가 있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지난 5일(현지시각)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앤디 재시가 새 CEO에 올랐다.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은 세워진 지 27년 만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첨단 테크의 대표 기업이 됐다. 작년 연간 매출은 3860억달러(436조6000억원)이고, 시가총액은 12일 기준 1조8753억달러(2148조원)에 달한다. 아마존에는 130만명의 직원이 일한다.
아마존에서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회의할까. 한국의 삼성전자에서 5년간 LED 신규 칩 개발 직무를 맡았다가 아마존으로 이직한 김태강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아마존의 업무 방식에 대해 물었다. 그는 최근 ‘아마존의 팀장 수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현재 아마존의 유럽 본사가 있는 룩셈부르크에서 유럽 5개국 아마존 판매자(셀러)들을 위한 세금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팀장이다. 그는 “아마존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근무 환경이 자유로운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과 삼성전자처럼 짜임새 있고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의 중간쯤에 있는 회사”라며 “아마존에서는 쉴새 없이 어려운 문제들이 계속 주어진다”고 했다.
시애틀 아마존 스피어 앞에 선 김태강 아마존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김태강씨 제공
◇글쓰기를 강조하는 테크 기업
김태강 팀장은 영국 런던대에서 화학공학 학사, 케임브리지대에서 석사를 했다. 졸업 후 2011년 병역특례로 삼성전자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이후 2016년까지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서 일했다. 그는 도전했다.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와 MBA 문을 두드렸고, 2018년 아마존에 입사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한 회사에 안주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어 프랑스의 인시아드 MBA 과정을 이수했고, 빅테크 중 한 곳인 아마존에 들어갔다”고 했다.
아마존에 입사해 처음으로 느낀 건 당혹감이었다. “삼성에서는 팀별로 이뤄지는 업무가 많았어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앉혀놓고 알려줬죠.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혼자서 어떻게든 알아서 해야 합니다. 한번은 선임 매니저에게 업무 문의를 했는데 ‘나도 이 분야는 안 해봤어. 네가 한번 찾아봐’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땐 정말 너무 황당했죠.”
침묵으로 시작하는 회의나 글쓰기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적응이 어려웠다. 아마존에서는 회사 전 회의 주재자가 보고서를 만들어 돌린다. 회의가 시작되면 참석자들은 이를 정독한다. 전체 회의 시간 중 3분의 1은 이 보고서 정독에 쓴다. 김 팀장은 “그동안 주로 말로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해왔는데, 아마존에서는 회의 시작과 동시에 너무 조용해져 당황했다”고 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곤 관련 보고서를 수십번 고쳐 쓰는 게 아마존에서는 예삿일이다. 김 팀장은 “보고서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논리가 더 명확해진다”며 “전 세계 많은 나라와 다양한 언어권에서 일하는 아마조니언(아마존 직원을 부르는 말)에게 더욱 명확하게 의미를 설명하려면 그만큼 글쓰기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테크 기업이 글쓰기를 강조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김 팀장은 “이게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했다. 정확하게 쓰여 있는 보고서를 보면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게 되고, 회의 주제가 명확해지며 회의 시간도 단축된다는 것이다.
◇자유와 집착이 있는 아마존
아마존엔 개인별 목표가 있지만, 그 실행방법은 각자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 김 팀장이 아마존에 처음 입사했을 때 주어진 업무는 아마존 셀러들을 위한 세금 계산 프로그램을 세법이 다른 유럽의 여러 국가에 론칭하는 일이었다. “저에게 주어진 것은 딱 하나였어요. ‘지금 간단한 형태로 된 이 제품을 세법이 다른 여러 나라에 론칭하라’였죠. 혼자서 세금 담당하는 어드바이저, 법무팀과 수차례 토론하며 하나씩 스스로 해 나갔죠.” 일 처리에 직원 개개인에게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에서 일하는 것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아마존의 기업 정신은 ‘데이 원(Day 1)’으로 설명된다. 항상 창업 첫날의 마음가짐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아마존엔 이를 실천하기 위한 14가지 리더십 원칙(최근 앤디 재시가 취임하며 이 원칙이 16가지로 늘었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되는 것은 ‘고객에 집착하라’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에서 일하다 보니 이 원칙이 ‘뻥’은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며 “회사에 이익이 없더라도 고객 경험이 개선된다면 일이 추진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 중인 김태강 아마존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김태강씨 제공
◇복지는 꽝이지만, 연봉은 빅테크 만큼 줘
아마존의 복지는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다른 빅테크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무료 제공 점심이 없다. 아마존의 11번째 리더십 원칙인 ‘절약하라’가 기업 전반에 깊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무료 점심이 없지만 직원들은 불만이 없다”며 “이것을 아껴 고객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마인드”라고 했다. 근무 시간은 다른 빅테크 기업처럼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연봉 수준은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의 연봉은 스톡옵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엔지니어 초봉(학사 출신)은 대개 15만달러(1억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10만달러를 연봉으로 받고, 계약 시 정한 스톡옵션을 매년 5만달러씩 받는 방식이다.
아마존과 다른 빅테크의 연봉 차이점은 스톡옵션 지급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구글에 근무하며 4년에 2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받는다고 계약한다면 매년 일정하게 5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첫해 전체 스톡옵션의 5%, 2년째에 15%, 3년째에 40%, 4년째에 40%를 주는 식이다. 김 팀장은 “구조적으로 보면 다른 빅테크 기업보다 아마존에 더 머무르게 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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