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강력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치솟으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강남권은 물론 노원·도봉·강북구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의 아파트값도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말 12·16 대책으로 15억원 넘는 초고가 주택의 대출이 금지됐지만, 올 들어 서울 비(非)강남권에서조차 15억원 넘는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는 등 ‘규제의 역설’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8월 중순 이후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9월에도 서울 전역에서 매매와 전세를 가리지 않고 신고가(新高價)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 10억 시대
28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6억708만원)과 비교하면 약 4억원 올랐다. 해마다 1억원 이상 오른 셈이고, 상승률은 65%에 달한다.
한강 이남 11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12억원대(12억356만원)에 진입했다. 강북 14구 아파트 평균 가격은 7억7783만원이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에만 1억4361만원 올랐다. 특히 12·16 대책과 7·10 대책 등 정부 규제 발표 시점을 전후해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1~2월 두 달 동안에 3913만원 상승했고, 8~9월에는 5000만원 넘게 올랐다. 노원·구로구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풍선 효과’와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실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 롯데캐슬’ 전용면적 85㎡(34평형)는 이달 초 10억7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말에는 8억원 정도에 거래됐는데, 올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전용 85㎡ 역시 지난 6월 10억원에 계약돼 강북구 34평형 아파트로는 처음 10억원을 넘겼다. 서울에서 34평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 미만인 곳은 현재 도봉구가 유일하다.
◇비강남권도 15억원으로 수렴
정부가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를 겨냥해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 등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올해 15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거래량은 오히려 늘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매매 건수는 487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068건) 대비 19.7% 증가했다. 서대문구가 2건에서 29건으로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동작구는 6건에서 47건, 성동구는 49건에서 184건으로 증가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신촌푸르지오’ 전용 85㎡는 8월 15억5000만원에 팔리며 처음으로 15억원을 넘었다. 같은 달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5㎡도 1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강북권에서도 30평대 아파트값이 15억원으로 수렴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역효과’라고 지적한다. 작년 말 ‘9억원 초과 대출 축소,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저가 9억, 중가 15억원’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예를 들어 정부 규제 이후에 6억~7억원 하던 아파트에 수요가 쏠리면서 9억원까지 가격을 올린 꼴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 여전
앞으로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93.2으로 지난 5월(68.2)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음’을 뜻한다. 일선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이달 108.8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파트값이 당분간 하락세로 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잇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가격이 내려가려면 시장에 매물이 계속 쌓여야 하는데 현재 그런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매수자도 적지만 매도 물량 역시 적어 당분간 완만한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세금과 대출 규제가 몰려 있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며 “다만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는 전셋값 상승 등으로 실수요자 매수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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