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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外

[에베레스트 최다 등정 셰르파] 세계 최고봉을 동네 뒷산 오르듯 24차례 세계 최다 등정한 셰르파 ‘카미 리타’

입력 2019.06.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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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능선 위에 선 카미 리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르기 위해 개인당 1,300만 원을 지급하고 체감온도 영하 70℃를 견디는 등반객들이 세계 곳곳에서 네팔로 모여든다. 한마디로 목숨 걸고 가는 모험이자 도전이다. 그런 위험하고 가혹한 장소인 에베레스트를 동네 뒷산 오르듯 하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24차례 등정한 인물로 카미 리타Kami Rita(49)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간단히 소개됐지만 외국 언론에서는 제법 비중 있는 내용으로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카미 리타는 2018년 에베레스트를 22번째 올라 세계 기록을 세웠고, 올해 5월 15일과 22일 일주일 새 두 차례나 올라 24회 등정으로 세계 최고기록을 갱신 중이다. 그는 새 기록을 세운 뒤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올해 49세지만) 몇 년 더 오를 수 있다. 나는 건강하다. 60세 될 때까지 계속 갈 수 있다. 산소가 있으면 큰 문제가 아니다”며 “나는 기록을 세우는 것을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알지 못했다. 내가 기록을 의식했다면 좀더 일찍 더 많은 등정을 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현역으로서 그는 당분간 타의 추종을 불허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지난해 21차례 공동 등정 기록을 갖고 있던 아파 셰르파와 푸르바 타시 두 명은 은퇴했고, 39세의 응마 누루 셰르파Ngima Nuru Sherpa가 올 시즌 23차례 등정기록을 세울 듯하다. 
하지만 세계적 상업 등반사 소속으로 더욱 많은 등반가이드 기회가 부여되는 리타의 독주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5월과 10월은 등반시즌이기 때문에 많은 등반객들이 에베레스트로 몰린다. 그의 목표대로 25차례 등정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히말라야가 얼마나 위험한지 트레킹을 가 본 등산객들은 안다. 체감온도 영하 70℃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날씨와 평지의 5%도 채 안 되는 희박한 산소상태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그들이 새삼 궁금해진다. 일반인들은 부족한 산소로 인한 고소증으로 인해 폐부종이나 뇌부종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고산 소수 종족인 셰르파는 전혀 그런 손상을 입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과학연구에 따르면, 셰르파족은 훨씬 효율적으로 산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한 세포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검증했다. 그들은 산소 결핍상태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더 좋은 무산소성 신진대사를 가지고 있었다. 오랜 고산생활에 적응한 유전적 결과라는 것이다. 
셰르파 리타는 역시 산악가이드 일을 했던 아버지를 따라 1994년부터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그는 이후 거의 해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고, K2와 초오유 등 다른 고봉도 수차례 올랐다. 그의 형 락파 리타Lakpa Rita는 미국 시애틀에 살면서 외국 원정대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에베레스트에 17차례나 올랐다. 리타 형제는 미국의 상업 등반가이드사 ‘세븐 서밋 트렉스’ 소속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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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파 카미 리타.
셰르파족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등반가이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이드에도 등급이 있다. 대체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입문하면 장비 운반하는 포터나 쿡(요리사) 보조로 일을 시작한다. 점차 경력을 쌓은 후 쿡이나 시다sidar로 승진한다. 
시다는 가이드 바로 아래서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단계를 거친 후 제일 위의 단계가 가이드인 것이다. 또한 이들은 각 단계마다 받는 수당도 현격히 차이가 난다. 몇 년 전 들은 바로는 가이드가 하루 100달러 받는다면 포터나 쿡 보조는 10~15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셰르파’는 일반적으로 등반 가이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고산 소수 민족을 일컫는다. 티베트어로 ‘동쪽sher 사람pa’을 뜻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야크에 비유한다. 야크는 고산에서는 최적의 산소적응으로 진화했지만 해발 3,000m 아래 내려가면 힘을 못 쓰고 죽어버린다. 
셰르파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은 쿰부 히말. 500여 년 전 티베트 종교분쟁을 피해 서쪽으로 넘어온 셰르파족에 의해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됐다. 루클라(2,800m) 이하에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사는 셰르파 지역을 ‘솔루Solu’, 루클라 이상 남체(3,400m) 이하 지역을 파르크파Pharkpa, 그리고 셰르파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남체 이상 지역을 쿰부Khumbu라 부른다. 에베레스트와 초오유를 잇는 남쪽에 위치한 쿰부는 거대한 계곡이며, 이곳 주민 6,000여 명 중 90% 이상이 셰르파다. 
셰르파들은 종종 “라이는 짐을 지고, 구르카는 군대로, 셰르파는 산으로 간다”고 그들끼리의 차이를 말한다. 구르카는 실제 용맹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영국 및 인도 용병으로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타는 지난해까지 고산 등반가이드로 활동하면서 1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분간 활동을 더 한다고 밝혀 돈을 더 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아내 락파 장무는 “남편이 등반에서 은퇴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는 문맹이고 가난했기 때문에 다른 생존 수단이 없어 산에 올랐다. 하지만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작은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등반가이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아이들이 그렇게 위험한 산에 오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하튼 지금 셰르파는 종족이면서 등반가이드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카미 리타는 계속 언급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