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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노벨상 수상 미국 전 에너지부 장관 Steven Chu “2060년 탈원전 로드맵은 불가능할 것"

입력 : 2017.11.23 17:36

“한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에너지 효율성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탈원전 과정에서 더 태울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도 원전 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 미국 전 에너지부 장관 “2060년 탈원전 로드맵은 불가능할 것"


199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한 스티븐 추(Steven Chu, 69)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사진)는 23일 KAIST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미래에너지 석학초청 특별강연 및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추 교수는 한국 정부가 2060년까지 명시한 탈원전 로드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추 교수는 1997년 레이저를 이용한 원자 냉각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물리학자다. 2009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맡아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수행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스탠퍼드대학으로 복귀해 물리학과 석좌교수 겸 분자 및 세포생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추 교수는 “탈원전을 결정한 독일은 전기요금이 올랐고, 산업계도 여러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화석연료를 더 태우다보니 환경오염 문제도 커져 독일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 시절만 해도 해상풍력의 발전 비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려면 30년 걸릴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현재 15년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며 “신재생에너지를 충분히 비용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까지는 원전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미국 전 에너지부 장관 “2060년 탈원전 로드맵은 불가능할 것"

추 교수는 또 “희망과 현실은 다르다”는 표현으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압축해 정리했다. 그는 “일례로 풍력발전기 보급률이 높은 영국은 평균 풍속이 초당 9.6∼19m인 데 비해 한국은 7∼7.5m 수준”이라며 “저장 능력이나 송배전 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전체 재생에너지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견해는.

“재고려했으면 좋겠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했던 독일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만 봐도 재생에너지로 바로 넘어가지 못한다. 결국 화석연료를 더 태워야 한다. 환경오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도 이 방향으로 가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중공업 산업은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 상황이 안 좋아진다.”

―한국의 원전은 위험하다고 보나.

“물론 원전은 완벽하지 않다. 원전 안보와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1985년 이전에 지어진 원자로는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보수해야 한다. 하지만,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심각한 사고를 겪으며 원자로 안전 기술은 더욱 좋아졌다.

원전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화학물질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가져야 한다. 두려움의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기후학자들 중 석탄보단 원전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초미세먼지도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사람이 죽고 어리고 나이든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나. 중국은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 정부는 LNG 발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LNG는 청정에너지인가.

“석탄을 태우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은 낮은 편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과도기에 있다. 천연가스는 우선 비싸고 초미세먼지가 나온다. 완벽한 청정한 자원은 아니다.”

―한국의 탈원전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한국이 독일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길 바란다. 독일 석학들은 (탈원전이)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원자로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 늘리고 2060년에는 원전 제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한국의 자연조건을 보면 사실상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전체 에너지 중 5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희망과 현실은 다르다. 한국은 땅이 좁고 토지자원이 부족하다. 해상풍력은 여전히 비싸다. 태양광 발전시설도 꽤 많이 설치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3/2017112302607.html?main_hot4#csidx3401d7a86dbf1128148e5897400fe2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