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코너에서 외식합니다'…그로서란트, 대형마트 新트렌드로 뜨나

입력 : 2017.09.01 06:05

인근 식당가 요식업 시장 일부 잠식 우려….“소비자 편의 차원에서 봐달라”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윤지혜 씨는 최근 롯데마트 서초점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 서초점에서 바닷가재를 구입한 뒤 그곳에서 바로 익혀 별도로 마련된 테이블 앉아 남편, 아이들과 나눠 먹었다. 윤 씨는 “근처 식당에 가면 최소 15만원 이상이 드는데 7만원에 해결했다”면서 “단점은 술을 시킬 수 없다는 점뿐이라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롯데마트 서초점, 신세계 PK마켓 등 그로서란트형 매장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로서란트란 그로서리(grocery·식재료)와 레스토랑(restaurant·음식점)의 합성어로, 쉽게 얘기해 마트에서 구입한 식재료를 마트에서 바로 조리해 먹는다는 의미다.

식재료값에다 일부 조리비만 내면 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인근 식당가에선 불평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롯데마트 서초점에서 직원이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 마트에서 구매와 조리까지…롯데마트 서초점, 신선식품 매출 비중 높아

롯데마트는 지난 7월 27일 개장한 서초점의 한 달간 일평균 방문객이 8300여명으로 롯데마트 전점(120개)의 일 평균 고객수에 비해 84.3% 많았다고 밝혔다. 매출도 전점 평균 대비 57.5% 높았다. 특히 신선식품과 밀솔루션(Meal solution) 부문 매출이 전체의 58.2%로 전점 평균인 35%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그로서란트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초점에선 랍스터와 대게, 소고기, 장어, 연어 등을 굽거나 익혀준다. 조리비는 1500원으로 동일하다. 또 코코넛이나 자몽, 레몬 등 과일을 무료 혹은 500원을 받고 즙을 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조리된 음식은 마트 내에 있는 테이블에서 먹거나 집에 포장해갈 수 있다.

신세계의 PK마켓 또한 롯데마트처럼 식재료를 구입하면 그 자리에서 조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테이크를 구워 먹는 공간은 ‘부처스테이블’, 랍스터나 조개, 장어 등을 조리해 먹는 곳은 ‘라이브 랍스터 바’로 불린다. 부처스테이블은 스타필드 하남,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해 있고 라이브 랍스터 바는 스타필드 고양에만 있다. 이외에도 고양점에는 PK마켓 등에서 구입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PK키친이란 공간을 지하 1층에 1490㎡(450평) 규모로 만들어놨다.

▲ 스타필드 고양의 PK키친 /윤민혁 기자

PK마켓은 롯데마트 서초점과 달리 캔맥주와 생맥주, 와인 등 술을 팔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애초 신고할 때 고객이 술을 마실 수 있는 형태로 냈다”면서 “스타필드 하남의 부처스테이블이 무척 인기가 많아 고양점엔 2배 크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 요식업 시장 일부 잠식 불가피…인근 식당가 ‘우려’

대형마트가 요식업 시장 일부를 빼앗을 기미를 보이자, 인근 식당가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롯데마트 서초점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진수 씨는 “아이들과 랍스터를 먹다가 불현듯 조만간 마트에서 회도 떠줄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마트에 식당가도 있어 주변 상인들이 갖는 위기의식이 상당하다”고 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 모 씨는 “안 그래도 요즘 삼겹살 배달앱이 나오는 등 사업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이라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 한 관계자는 요식업 시장 잠식과 관련해 “그런 측면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외도 그로서란트형 매장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며 “소비자 편의 차원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마트 등은 앞으로 신규 점포를 낼 때 그로서란트형 매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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