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07 06:00 자영업자 송모(42)씨는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모바일 은행 앱(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100만원 어치 달러를 사서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송씨는 “앱을 이용해서 환전해 두면 수수료가 거의 없는 데다 은행이나 사설 환전소를 굳이 찾을 필요 없이 24시간 언제든 안방에서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달 7일 스마트폰 앱에서 환전 수수료를 90% 할인 받아 1093.91원에 914달러를 사들였다. 주거래 은행에 가더라도 환전 수수료 할인은 50%가 보통이다. 90% 수수료 할인은 초우량 VIP고객이 아니면 챙길 수 없는 혜택이지만, 스마트폰만 있으면 거의 비용 없이 외화를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 기반의 외화 거래 중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환테크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 해부터 등장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외화 거래 중개 서비스는 현재 10여개로 늘어났고, 이용자(다운로드 수 기준) 수는 약 340만명을 넘어섰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과거 환테크는 사고 팔 때 비용이 비싸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투자처였지만, 최근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서비스) 활성화로 수수료 없이 달러를 사고 팔아 차익을 낼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 ▲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 모바일뱅크로 몰리는 ‘알뜰 엄지족’
스마트폰 앱을 통한 환전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엄지족이 많이 활용하는 모바일 은행 환전 서비스는 써니뱅크(신한은행), 위비뱅크(우리은행), 리브(국민은행), 원큐뱅크(KEB하나은행) 등이 있다. 다운로드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곳은 우리은행(110만명)이다.
모바일을 통한 환전의 장점은 은행이나 환전소를 찾아다니지 않고도 환율을 간편하게 파악, 비교한 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실제 이용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써니뱅크의 모바일 환전 추이를 보면, 올해 초 300억원 안팎에 그쳤던 환전 규모는 8월 말 2086억원 수준으로 7배 가량 급증했다. 환전 건수 또한 34만건에 육박하며 써니뱅크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 ▲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출렁이면서 수수료가 거의 안 붙는 모바일 은행을 통해 환전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특히 7~8월 환전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해외 여행객들의 환전 수요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환율로 ‘플러스 알파’ 노리는 달러 ETF·ELS도 인기
환차익만으로 성이 안 차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달러 ETF(상장지수펀드)나 달러 ELS(주가연계증권)를 찾는 수요도 꾸준하다.
직장인 안모(37)씨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9월 22일과 달러 가치가 떨어진 9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달러 가치 상승에 투자하는 달러 ETF ‘KOSEF 미국달러 레버리지(합성)’에 507만원을 넣었다. 현재 가치는 518만원으로 불과 1~2주일 만에 2%대(1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안씨는 “달러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인 만큼 달러 상승에 투자하면 환차익의 2배 수익을 주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박판수 우리은행 압구정지점장은 “달러 ELS(주가연계증권) 역시 보통 2~4%대 수익률을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정기예금 금리보다 살짝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로 입금하면 달러로 통장에 입금되는 달러통장 역시 인기다. 은행 달러통장은 1년 만기로 예치하면 최대 연 1.3% 수준의 금리를 얹어준다.
한편, 통상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환전시 은행이나 증권사, 운용사 등이 붙이는 약간의 마진(약 1.75%)이 환율에 녹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환율이 예상만큼 오르지 않으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 ▲ 환전을 할 때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붙이는 약간의 마진이 환율에 녹아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진은 서울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소를 찾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 1180선에서 유지될 것” 전망도
지난 7월 이후 최근 3개월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흐름을 보면, 환율은 1090원에서 1160~1170원대까지 100원 사이를 출렁이고 있다. 연말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사도 늦지 않겠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환율 전문가들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데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금리 인상이 사실상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00원대에서 많이 내려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가 실제 인상이 되더라도 이런 달러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그만큼 주요 지표가 좋아진 것이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70~1180원선에서 추가로 올라가지 않고 보합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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