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영국 오목가슴장애 소녀, 名醫 찾아 삼만리

입력 : 2016.06.08 03:00

영국에선 전문가 못찾고 두바이는 수술 장비 없고 미국은 수술비 너무 비싸 포기
대신에 美서 한국 의사 추천… 19년 만에 서울성모병원서 고쳐

7일 오후 오목가슴 수술을 받은 영국 여대생 셔드리양이 서울성모병원 박형주 교수에게서 수술 경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7일 오후 오목가슴 수술을 받은 영국 여대생 셔드리양이 서울성모병원 박형주 교수에게서 수술 경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한국 하면 가수 '싸이' 정도만 떠올릴 정도로 낯설었어요. 그런데 제 딸 구하려고 병원 문 두드리다 보니 영국에서 두바이, 미국을 거쳐 결국 한국까지 오게 된 거지요."

먼 여정이었다. 7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영국인 여대생 심란 셔드리(Chaudhry·19)양의 부모는 평생 딸아이를 옭아맸던 오목가슴 장애를 고치는 수술을 위해 지난달 13일 두바이에서 6800㎞ 떨어진 한국까지 날아왔다고 했다.

'명의(名醫) 찾아 3만리'는 셔드리양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영국 남부 버크셔가 고향인 셔드리양은 가슴뼈가 안으로 심하게 움푹 꺼진 오목가슴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이 장애 때문에 셔드리양은 자신의 외모에 주눅이 들어 남 앞에 서는 걸 극도로 꺼렸다. 셔드리양 부모는 백방으로 영국 의사를 수소문했다. 그런데 '오목가슴 교정 수술해주겠다'는 의사가 나타나지를 않더라고 했다. 이 수술은 금속막대를 삽입해 가슴뼈를 들어 올리는 정밀 작업이 관건인데 이를 자칫 실수했다가는 금속막대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실패하는 것은 물론 금속막대가 심장이나 대동맥을 찌르는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마드 셔드리씨 직장을 따라 가족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의사 찾기'는 이어졌다. 하지만 두바이의 병원에서는 오목가슴 전문가도 수술 장비도 전무했다. 손사래를 치던 두바이의 한 병원에서 미국의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을 소개해줬다. 신시내티 병원은 병원비만 12만5000달러(1억4800만원)에 이르러 포기하려 할 무렵 이 병원에서 "한국에 경험이 더 풍부한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그 당시 가슴뼈가 폐를 더 짓누르면서 자꾸 숨이 차니까 단 몇 분도 걷지를 못했어요. 가슴뼈가 심장까지 누른다는 진단을 받으니 '한국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더군요."

작년 9월부터 셔드리양의 아버지 아마드씨는 한국의 서울성모병원 박형주 교수에게 매달렸다. "우리 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며 'SOS 메일'을 보냈다. 박 교수는 세계 최다(4600여 건) 오목가슴 수술을 한 권위자로 꼽힌다. "박 교수가 '한번 수술해보자'고 답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한국에 온 셔드리양은 지난달 18일 5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금속 막대기 2개를 연결해 넣어 비 대칭적으로 기운 가슴뼈를 들어 올리는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난달 27일 퇴원한 셔드리양은 서울에 머물며 통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수술비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3만5000달러(약 4050만원)가 들어갔다.

"두바이로 돌아가면 수상스키를 꼭 배우고 싶어요." 말 한마디 꺼내기 쑥스러워하던 셔드리양은 자신의 꿈을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