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삶의 매 순간이 선택의 순간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무심코 해왔던 일과 만남에 대해 이토록 의식하며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최근 몇 주간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다. 이전 불야성의 서울 거리가 말해 주듯 다양한 이유로 각종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었던 사람들이 갈지 말지, 할지 말지 매 순간 고민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바로 메르스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스스로에게 결정을 요구하는 다양한 상황을 맞아야 했었다. 그동안 규칙적으로 해왔던 일들 하나, 하나의 실행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야했고 조문이나 행사 참여 등에 대해 전화로 물어보는 지인들에게도 나름의 의견을 주어야만 했다. 메르스 여파로 여러 학교에서 종강을 앞당기거나 시험을 리포트로 대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원에서 한 학기 동안 진행했었던 ‘통합의학적 영양치료’ 강의를 서둘러 종료해야 할지, 시험을 리포트로 대신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나는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굳이 새롭게 일을 만들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 놀라진’ 않도록 지역사회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던 꼭 필요한 일들까지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 나무를 심으라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이루어진 대학원 마지막 강의에서 나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결국 공부는 이러한 실생활의 문제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질병의 3요소
2003년 사스, 2013년 방사능, 2015년 메르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새롭게 등장하더라도 변함없는 것은 질병의 발생에 관련된 3요소이다. 질병은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만 발생한다.
병은 병원균(pathogen), 환경(environment), 사람(Host)의 상호 관계의 결과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결핵균을 가지고는 있지만 결핵 환자는 아닌 결핵 보균자들이다. 결핵은 기원전 7천년 경 석기 시대의 화석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이래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으로 결핵균이 몸속에 들어온 뒤 인체의 저항력이 약해지며 결핵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우연히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결핵을 앓고 지나간 흔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과거 결핵 환자가 많았던 만큼 결핵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가 많다. 하지만 그들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보균자로 증상 없이 건강하게 살고 또 다른 사람은 환자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Host)의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위생 환경과 영양 상태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고 이것이 개인의 면역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병원균이 존재할지라도 이겨내고 병으로 악화되지 않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스스로에게 결정을 요구하는 다양한 상황을 맞아야 했었다. 그동안 규칙적으로 해왔던 일들 하나, 하나의 실행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야했고 조문이나 행사 참여 등에 대해 전화로 물어보는 지인들에게도 나름의 의견을 주어야만 했다. 메르스 여파로 여러 학교에서 종강을 앞당기거나 시험을 리포트로 대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원에서 한 학기 동안 진행했었던 ‘통합의학적 영양치료’ 강의를 서둘러 종료해야 할지, 시험을 리포트로 대신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나는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굳이 새롭게 일을 만들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 놀라진’ 않도록 지역사회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던 꼭 필요한 일들까지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 나무를 심으라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이루어진 대학원 마지막 강의에서 나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결국 공부는 이러한 실생활의 문제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질병의 3요소
2003년 사스, 2013년 방사능, 2015년 메르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새롭게 등장하더라도 변함없는 것은 질병의 발생에 관련된 3요소이다. 질병은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만 발생한다.
병은 병원균(pathogen), 환경(environment), 사람(Host)의 상호 관계의 결과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결핵균을 가지고는 있지만 결핵 환자는 아닌 결핵 보균자들이다. 결핵은 기원전 7천년 경 석기 시대의 화석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이래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으로 결핵균이 몸속에 들어온 뒤 인체의 저항력이 약해지며 결핵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우연히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결핵을 앓고 지나간 흔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과거 결핵 환자가 많았던 만큼 결핵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가 많다. 하지만 그들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보균자로 증상 없이 건강하게 살고 또 다른 사람은 환자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Host)의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위생 환경과 영양 상태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고 이것이 개인의 면역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병원균이 존재할지라도 이겨내고 병으로 악화되지 않는 것이다.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자. 결국 환경, 병원균, 사람이라는 질병의 3요소 중 개인이 통제하기 가장 수월한 것은 바로 사람 요소, 면역력이다. 노약자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메르스에 취햑했던 것은 바로 면역력 때문이다. 그리고 감염이 됐다 하더라도 잘 이겨내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도 면역력이다. 개인 위생과 균형잡힌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과 운동 등 면역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메르스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휘둘리고 그러한 공포를 주위에 전염시키는 것보다 우리 자신과 사회의 건강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금의 열렬한 관심은 메르스가 잠잠해지고 난 후에 더 많이 기울여져야 한다. 2013년을 강타했던 일본 방사선 누출 사고를 떠올려 보라. 당시 일본에서 생산된 식품만이 아니라 심지어 자동차 구입에 대해서까지 걱정이 많았던 우리들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의학 논문에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암 발생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지만 엔저를 바탕으로 저렴한 일본 여행 상품은 연일 매진 행렬이다. 2년 전의 공포와 근심은 갑자기 뜨거워졌던 것만큼 갑자기 식고 합당한 설명 없이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일상이 지속된다.
메르스도 언젠가 잠잠해질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공포와 분초를 다투는 관심은 지금이 아니라 메르스가 잠잠해지고 난 다음에 더 필요하다. 사회도 국가도 진화를 하는 나름의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메르스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이번 일을 계기로 배움을 얻고 실천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2015년 6월의 교훈을 바탕으로 국가 공중 보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춤으로써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다음에도 또 소를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소를 잃고 난 다음에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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