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소득 늘었지만 지갑 닫은 국민들

소득은 늘어나지만 씀씀이는 늘리지 않으면서 가계의 불황형 흑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고령화 영향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겹쳐 돈을 쓸 여력이 있어도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4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전년(73.4%)에 비해 0.5%포인트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소비 지출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 쓸 수 있는 돈이 1000만원이었다면 이 중 729만원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2003년에는 이 비율이 77.9%였고 이후 소폭 등락하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급속하게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들이 지출을 줄였고, 젊은 층도 노후를 대비해 씀씀이를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득별로는 소득 하위 20%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104.1%로 전년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주 평균 연령(59.6세)이 전체 평균(49.9세)보다 높아, 노인 빈곤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어났다. 그러나 월평균 소비 지출은 255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쳐 소득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소비 지출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세금을 포함한 비소비 지출은 오름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근로소득세 등이 포함된 경상조세 지출은 월평균 13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5.8% 늘었고, 사회보험료(7.2%), 연금(5.4%) 지출도 늘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세금이 더 늘어나게 설계된 누진 구조 때문에,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세금 부담 증가율이 일반적으로 더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