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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최우수 신입사원 박차고 창업 도전하는 윤정원씨

“벤처는 희망이란 줄을 믿고 자신을 던지는 일”
벤처 허황되다는 부친에 “꿈 이루려는것” 설득해

 

삼성전자에 다니던 윤정원 씨(28)는 지난해 4월 돌연 사표를 냈다. 삼성 전 계열사 연수생 300여 명이 참가한 교육과정에서 3명만이 받는 우수상을 받은 그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유명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와 삼성증권 등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에다 영국 연수를 거친 우수사원이었다. 하지만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삼성전자를 그는 입사 1년4개월 만에 아무런 미련 없이 나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온 창업의 길을 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성공 DNA’를 배우기 위해 글로벌 대기업에 입사했다”면서 “창업을 하려면 작은 조직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삼성전자라는 ‘큰 옷’은 내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직장 동료들도 적극 만류했다. “제정신이냐” “나가서 성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보느냐” 등 걱정 어린 충고를 해줬다. 특히 30년 동안 ‘삼성맨’으로 살아온 부친은 딸이 내린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았다. 연회비를 내면 매달 와인을 골라 보내주는 ‘와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지난해 5월에 시작했지만 규제라는 장벽에 걸렸다. 미국에서는 가능한 사업이지만 국내에서는 주류판매 허가가 없으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회비를 돌려주고 3개월 만에 사업을 허무하게 접었다. 거칠 것 없던 ‘알파걸’(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엘리트 여성을 말함)의 첫 실패였다. 그는 “그 일을 겪고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성공한 기업들 사례를 읽고 “회사를 경영하고 싶다”며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때를 다시 떠올렸다. 모든 것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스타트업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뉴질랜드에서 무섭기로 악명 높은 ‘카와라우 브리지’에서 찍은 번지점프 영상을 자기소개서로 제출해 회사 대표를 놀라게 했다. 윤씨는 “번지점프가 가지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번지점프가 줄 하나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처럼 벤처창업은 희망이라는 줄을 믿고 내 자신을 던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데일리호텔’이라는 벤처에 합류해 전략영업담당 팀장을 맡았다. 전국 550여 곳 호텔·콘도 등에서 받은 빈 객실 정보를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모바일로 결제하면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직원은 20여 명에 불과하고 연매출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알파걸이 고른 직장으로 뜻밖이었지만 그의 신념은 뚜렷했다. 그는 “향후 10년 이내에 가장 뜰 산업은 모바일 커머스가 될 것”이라며 “데일리호텔 역시 매달 30% 이상 고속 성장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날마다 호텔 공실을 중개해야 하는 사업모델 특성상 남들이 쉴 때 더 바쁘게 일해야 한다. 성공 가능성은 있지만 그만큼 미래도 불확실하다.

 

“부친이 ‘벤처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허황된 것이 아니냐’며 삼성전자를 그만둘 때 말렸는데, 저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가’라고 묻고 싶습니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더 즐겁습니다.”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