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연말 잦은 회식…역류성 식도염에 속쓰린 직장인

잠자기 전 헛기침·가슴통증…위장 내용물 식도로 거꾸로 올라와

기름진 음식 섭취늘며 환자 증가…비만·야식습관 발병 위험 커
저녁식사 후 바로 눕지 말아야

심찬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최근 들어 속이 자주 쓰리고 구역질이 난다는 한 중년층 환자에게 역류성 식도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건국대병원 제공


명치끝이 아프면서 트림이 자주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마치 체한 것 같아 소화제를 먹었지만 차도가 없다. 평소 술 담배를 즐기는 데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체질에 많이 생기는 증상들이다. 식사 후 누우면 속쓰림보다 가슴에 타는 듯한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이럴 땐 마치 40~50대 심장돌연사를 유발하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아닌지 의심해보게 된다. 

또 헛기침을 자주 하고, 목이 쉬거나 이물감이 느껴진다. 잠자리에 눕기 전에 기침도 잦다. 인후두나 기관지에 문제가 있나 싶어 이비인후과를 찾지만 별 상관이 없다는 진단에 당혹스럽다. 이같이 모호한 증상을 일으키면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게 역류성 식도염(위산식도역류)이다. 중년 직장인들이 자주 호소하는 대표적 질환이기도 하다. 


◆중년 직장인 ‘역류성 식도염’ 주의보

역류성 식도염은 강한 산성을 띠는 위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와 식도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일어난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도 식도염이 없으면 ‘비미란성 역류질환’으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육류 섭취 증가 등 식생활의 변화가 국내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늘어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심찬섭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지방 단백질 탄소화물 등 3대 영양소 가운데 가장 서서히 소화되는 지방을 과량 섭취하면 위산이 장시간 분비되는 데다, 복부비만으로 복압까지 높아져 위산이 장 쪽으로 내려가기보다는 장마철에 하수가 역류하듯 식도로 거슬러 올라와 약한 식도 벽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식도는 성인의 경우 길이 25㎝, 직경 2㎝인 비교적 연약한 기관이다. 식도와 위 사이엔 식도괄약근이 있어 위산이 식도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을 섭취해 위산이 과잉 분비되거나 복부비만이 심하고 과식이나 음주 후 바로 눕는 습관을 가지면 괄약근의 힘이 약해져 위산이 역류하게 된다. 

인스턴트 식품 섭취 증가도 중요한 요인이다. 초콜릿, 사탕, 탄산음료, 가공주스, 커피 등 인스턴트 식품은 고열량인 데다 위산 분비를 자극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인이 즐겨먹는 김치, 고추, 된장, 양파도 역류성 식도염에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줄여야

고지방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인은 20~40%가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 절반인 10~20%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심 교수는 “환자의 10%는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40~60%는 재발돼 증상은 경미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질환이 아니다”며 “큰 걱정은 하지 말되, 방치하면 식도암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식도염은 시간이 지나면 식도궤양 또는 바렛식도를 거쳐 식도암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바렛식도는 쉽게 말해 식도에 굳은살이 박혀 조직의 성질이 변하고 식도가 좁아지는 현상이다. 위-식도 경계선에서 위 상부는 선암성 조직으로 변해 식도로 타고 올라오고, 식도 하부는 편평상피암 조직이 되기 쉽다. 바렛식도는 연간 0.5%씩 암조직으로 변한다. 이는 정상인에 비해 30~100배 정도 식도암 발생 위험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식도선암은 다른 종류의 암보다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역류성 식도염은 주로 과식 후, 특히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후에 많이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날 경우 물을 한 잔 마시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금방 소실되는 특징을 보인다. 

역류성 식도염은 환자의 90%가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속이 쓰리다고 소화제, 관절염 치료용 소염·진통제를 먹으면서 버티면 위궤양이나 위암의 조기발견을 놓칠 수 있다. 또 위궤양 위장출혈과 같은 약물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조기진단은 내시경검사 등으로 충분하지만 필요에 따라 24시간 식도산도검사나 식도내압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치료는 위산분비억제제와 위장관운동촉진제를 6~8주 복용한다. 위산억제제로는 라베프라졸(일동제약 라비에트) 등 주로 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약물이 처방된다. 약리기전은 같아도 환자마다 약물에 따라 증상 개선 정도나 부작용 호소 양상이 달라지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가장 적합한 것으로 처방을 바꿔가는 게 현명하다. 심 교수는 “무엇보다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도염에 해로운 생활습관

비만인 사람은 역류성 식도염이 쉽게 나타난다. 비만은 복압을 상승시키고 횡격막에 기계적인 압박을 가해 식도괄약근 이완이나 식도열공탈장을 유발한다. 평소 꽉 끼는 옷을 즐겨 착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코르셋이나 복대, 압박이 심한 브래지어 등은 복부비만과 마찬가지로 위 내압을 증가시켜 위산식도역류를 초래한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먹고 급하게 먹는 것은 십중팔구 식도염을 유발하기 쉽다. 특히 늦은 저녁 기름진 음식으로 야식하면 비만과 위산 분비가 촉진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3시간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걷거나 서 있을 땐 위산식도역류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다. 포도, 딸기, 오렌지와 같이 신맛을 내는 주스나 과일즙은 역류를 더 유발한다. 토마토는 칼륨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이지만 산도 많이 포함돼 있어 절제하는 것이 좋다. 대신 브로콜리, 양배추, 무, 콩 비지, 마, 바나나 등 위를 자극하지 않는 음식이 좋다. 물이나 우유, 생채소즙은 일시적으로만 약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