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같은 사람이 한국을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의사 그만둘 때 6개월을 고민했고 CEO 그만둘 때 1년을 고민했으니, 이번 고민도 오래 갈 것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고민" 이란 말부터 바꾸었으면 좋겠다. 혼자 인생길을 잡을 때는 "고민" 같은 것을 거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이룰 일을 선택할 때 필요한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조금 다른 단어가 필요했다고 본다. 과거에 무척 "고민" 한 어떤 인간의 예를 들어보자.
선조는 두 사람을 일본에 보내서 정실을 알아오라고 했다. 돌아와서 한 사람은 토요토미가 조선을 칠 것 같다고 했고, 또 한 사람은 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두 가지 주장 사이에 선조는 고민했고, 그러다가 세월은 가고 때는 닥쳐오고 말았다. 내가 만일 선조였다면 "고민" 말고 어떤 것을 했을까?
나 같으면, 즉시 다섯 사람을 다시 파견하여 또 보고 오라고 할 것이다. 속셈을 감추기 위해 거창한 선물을 듬뿍 실어 보낸다. 다섯 사람이 돌아올 때는 막연히 토요토미의 됨됨이만 보고할 것이 아니라 군사력을 대비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 각각 논리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겠다.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다음 번에는 15명쯤 보내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라고 하겠다. 조정의 중신들의 합의를 끌어낼 만한 충분한 자료를 입수하라 하겠다.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만사는 불여튼튼이라 이율곡의 십만양병안을 채택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저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율곡의 안을 수용한다면, "합의" 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댓가를 치르게 된다. 어떤 자는 납득하고 어떤 자는 납득하지 않는다면, 내부 분란으로 인하여 정책을 끝까지 끌고가기 힘들다.
주어진 정보로써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추가의 정보를 입수하는 것, 그것은 경영학의 기본이다. 16세기 한국인들은 경영학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기본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면, 현대의 한국인은 알까? 나는 가끔 현대의 한국인에게 선조의 입장에서 말해보라 했지만, 모두 "고민" 수준에 그쳤다.
지금 안철수 앞에 놓인 문제는 선조 앞에 놓인 문제와는 조금 다르다. 그러나, "고민" 수준에 그쳐서는 안될 일이라는 점에서는 제법 닮은 점이 있다. 안철수는 안철수의 수단이 있는데.... 그 수단에 굳이 말을 붙이자면, "시뮬레이션" 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고 치자. 제1차의 임무는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당선될 수 있는지, 그 승산을 계산해 보아야 한다. 승산의 계산은 여론조사로부터 시작된다. 과감하게 여론조사를 해보고, 복안을 발표하고, 또 여론조사해 보고, 복안을 수정하고....그러자면 여론조사 설문 중에 복안을 바꿀 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출마했다가 승산이 나오지 않으면 돌을 던지겠다는 복안을 미리 말하는 것도 좋다.
제2의 임무는 서울시장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규정을 모두 검토하는 한편 서울시의 조직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어디어디에 자기 사람을 박을 수 있는지...그 인재는 어디에서 구해올 것인지.
이렇게 볼 때, 순수히 나의 생각이지만, 안철수는 전례가 없는 모험에 나설 때다. 무슨 소리냐 하면, "사태 보아가며 돌을 던지겠다" 는 것을 전제로 출마하는 것이다. 안철수에게 필요한 정보는 뛰면서만 얻을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는 알아낼 수가 없다는 말이다.
돌을 던질 때는 그 때까지 기부한 정치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기부자들에게 되돌려줄지도 미리 정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안철수 답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안철수가 나오면 돈을 얼마나 기부할 생각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좋다.
나는 진정으로 저런 인간이 한국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해보지 않고 어찌 아나?
해보시라고 하고 싶다.
나는 우선 1,000 불을 약속한다.
하는 것 봐 가면서 올릴 수 있고, 제법 많이 올릴 수 있고, 왕창 걷어 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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