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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6070, 매달 198만원 꽂히면 중산층... 은퇴귀족층은? [왕개미연구소]

 

대한민국 ‘노후소득 피라미드’ 살펴보니

입력 2023.07.07. 07:00
 
젊었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는 경제 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나서부터 나타난다. 오마카세와 호캉스 같은 과시성 소비를 즐겼던 사람은 나중에 세월의 빚을 갚으며 살게 되고, 반대로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저축했던 사람들은 풍요로운 노년기를 보내게 된다. 노후엔 월급이 끊기기 때문에 현역 때 준비를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소득 디바이드(양극화)가 심화된다.
 

그렇다면 과연 은퇴 세대의 소득 격차는 얼마나 벌어지는 걸까? 이럴 때 참고가 되는 자료가 바로 ‘노후소득 피라미드’다. 60세 이상 완전은퇴 가구를 대상으로 ‘생활비 충당’ 정도에 따라 5단계(은퇴귀족, 은퇴상류층, 은퇴중산층, 상대빈곤층, 절대빈곤층)로 분류한 소득 등급표다. 2021년 기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7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노후소득 피라미드의 꼭대기층에 살면서 ‘생활비가 충분히 여유있다’고 생각하는 은퇴귀족층의 월 소득은 525만원(세전)으로 조사됐다. 작년 기준 건강한 노부부의 적정 노후 생활비(통계청, 314만원)를 크게 웃돈다.

 

그래픽=이동운

 

은퇴귀족층의 현금 흐름은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고 탄탄했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으로 177만원을, 또 개인연금·퇴직연금·금융소득·월세 같은 재산소득으로 330만원을 벌었다. 다만 은퇴귀족은 전체 은퇴가구의 단 2.5%에 불과해 극소수였다. 모든 이들이 여유로운 노후를 꿈꾸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다.

 

은퇴귀족층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은퇴상류층’은 ‘생활비가 여유있다’고 생각하는 계층이다. 월 수입은 372만원. 황명하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퇴귀족층과 은퇴상류층은 공적연금 수령액이 각각 177만원, 173만원으로 엇비슷해 별 차이가 없다”면서 “둘 사이의 등급을 가른 것은 개인연금·퇴직연금 같은 재산소득이었다”고 말했다. 은퇴상류층의 재산소득은 180만원으로, 은퇴귀족층 재산소득(330만원)보다 150만원이나 적었다.

 

황명하 연구위원은 “공적연금은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돈을 더 넣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더 넣을 수 없다”면서 “노후소득 피라미드 최상위권은 여유가 생길 때마다 연금에 추가 납입하는 등 개별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고, 이런 노력이 중하위권과의 경제적 차이를 벌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525만원 vs 101만원... 노후소득 디바이드

‘생활비가 매우 부족하다’고 느끼는 절대빈곤층은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은퇴귀족층 소득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 계층의 월 소득은 101만원이었는데, 그나마도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연금 같은 공적 수혜금이 대부분이었다. 본인 스스로 준비해야만 나오는 재산소득은 매달 7만원 수준으로 미미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계층은 나이 들어 자녀에게 꽤 의지하는 편이었다. 젊을 때 본인 스스로 준비해야 받을 수 있는 재산소득보다 자녀 용돈 같은 사적이전소득이 월 16만원 더 많았다. 황명하 연구위원은 “은퇴 전에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은퇴 후 삶의 질이 달라진다”면서 “노후 생활비가 충분치 않은 가정일수록 전체 소득에서 자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전체 은퇴가구의 33%를 차지하는 은퇴중산층은 월 소득이 198만원이었다. 이 중 112만원이 공적소득이었고, 개인연금 등 재산소득은 60만원이었다. 노후소득 피라미드에서 가장 큰 비중(39.3%)을 차지하는 계층은 상대빈곤층이었다. 월 소득은 125만원으로, 노부부 적정 생활비에 크게 못 미친다.

 

 

노후소득 피라미드는 현금 흐름 기반이기 때문에 상대빈곤층이라고 해도 부동산을 더한다면 총자산이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금 흐름이 생기지 않는 부동산은 노후엔 세금만 뽑아가는 짐 덩어리일 뿐이다. 황명하 연구위원은 “노후에는 연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이 왕(王)”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패자부활전 노린다면

노후에 대비해 준비를 많이 한 사람들은 노년기에 윤택한 생활을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녀나 친척에게 의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등 인생 후반전이 우울해진다.

 

노후소득 피라미드에서 하단에 위치한 은퇴자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황명하 연구위원은 “더 나이 들기 전에 완전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일자리를 구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너무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진 말고, 가볍게 파트타임 정도로 나가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비 은퇴자의 경우엔 얼마 남지 않은 퇴직 시점까지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퇴직금은 엉뚱한 곳에 쓰지 말고 연금 계좌로 받아 노후 생활비로 쓰고, 큰 돈이 나가는 자녀 지원 계획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노후소득 피라미드의 하단에 위치할 위험에 처했으면서 애들 뒷바라지한다고 무계획 지출을 하고 자녀에게 신세를 진다면, 이것이야말로 소중한 자녀의 앞날을 막는 것이다.

 

50대 회사원 A씨는 “매달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리고 있는데 (노후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진 않는다”면서 “다만 나는 나중에 자녀에게 이런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연금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