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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外

美 테크기업들 “팬데믹 호황 끝났다”… 감원 모드로

인플레·금리인상·우크라 사태 겹치자 ‘몸집 줄이기’

 

입력 2022.05.07 03:00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온라인 주문량이 감소하면서 인력 과잉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아마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은 올 1분기 2015년 이후 7년 만에 분기 손실을 기록했는데, 과도한 인력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아마존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퇴직 등 자연 감소로 직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때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인력을 대거 흡수해 몸집을 키운 테크 기업이 비용 다이어트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실적이 부진해지자 나온 고육지책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은 “해고, 채용 중단, 비용 축소 등은 수년간 실리콘밸리에선 찾을 수 없었던 단어”라며 “평온한 시절은 끝났다”고 했다.

◇공격적 확장이 부메랑으로

지난 4일 메타(페이스북)의 데이비드 웨너 CFO는 직원들에게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메타는 작년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며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현재 메타 직원은 7만8000여 명으로 2020년 말보다 28% 급증했다. 하지만 메타는 1분기 매출 성장률이 2012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2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인력 채용 계획을 수정했다. 웨너 CFO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IT 산업 침체 등이 실적과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엔지니어 채용을 중단하고, 중간 관리자와 고위직, 특급 엔지니어 채용 규모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아마존은 코로나 기간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물류 처리 용량과 인력을 2배로 늘렸다. 2019년 말 79만8000명이던 아마존 근로자는 2020년 말 말 127만명으로 늘었고, 현재 162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 수혜가 끝나고 온라인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지난 2년간의 공격적인 확장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크게 성장한 배달 앱 도어대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 경제 매체 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직원 규모가 2배로 늘어난 도어대시는 올해 전체 직원 규모를 10~15%만 늘리는 것으로 신규 고용을 대폭 축소했다.

◇유니콘들도 직원 해고 나서

자금 여력이 취약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들은 정리 해고에 돌입했다. 유명인과 팬을 연결하는 미국의 동영상 앱 카메오는 전체 직원의 4분의 1인 87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스티븐 갈라니스 카메오 CEO는 “단기간에 많은 직원을 고용했지만, 시장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규모를 적절히 조정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스타트업 메인스트리트도 지난 3일 전체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했다.

 

주식 투자 열풍 속에 급성장한 무료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도 지난달 전체 직원의 9%를 해고하기로 했고, 넷플릭스도 구독자에게 콘텐츠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작년 12월 만든 사이트 ‘투둠’의 편집진 일부를 해고했다. 실적이 악화하자 비핵심 사업부를 정리하는 차원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이러한 인력 감축, 비용 축소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대면 스타트업에 쏟아지던 투자금도 감소하는 데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외부 악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많은 테크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