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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外

2021년 중국정부 부처직 경쟁률 61대1

 

[특파원 24시] 30년 일하면 조기 퇴직 허용… 中 공무원들 선택은?

입력 2019.06.02 15:00 
 
 
 
 
중국의 한 공무원 입시학원 홍보 포스터. 6월부터 30년 근무 공무원의 조기 퇴직을 허용하는 파격 시도에 철밥통을 고수해 온 중국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 공무원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인생 2막을 하루라도 일찍 준비할 수 있는 ‘조기 퇴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대열을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국 체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시도다. 반면 기대수명이 늘어나 정년을 연장해도 모자란 판에 서둘러 보따리를 싸서 떠나라는 압박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당사자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다른 쪽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며 푸념 어린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7차 회의를 거쳐 공무원법을 개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30년간 근무하면 조기 퇴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매년 9월에 학기가 시작하는 중국에서는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22세 전후로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에 응시해 공무원이 되면 대략 55세쯤 30년 근무 연한을 채운다. 정년이 60세(남성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5년가량 은퇴를 앞당길 수 있다. 새 법은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공무원은 흔히 ‘철밥통’에 비유된다. ‘무쇠로 만든 밥그릇(鐵飯碗)’을 뜻하는 중국어에서 유래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30년 근무한 어느 지방 공무원이 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월급 명세서를 공개했는데 총액이 5,796위안(약 99만5,000원)에 불과했다. 중국 화이트칼라의 평균 월급 8,050위안(약 138만2,000원)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갈망하는 지원자가 매년 넘쳐난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기업의 일자리가 감소해 공무원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마저 겹쳤다. 여기에 당ㆍ정부 개혁, 중앙부처 통폐합 등으로 국가공무원 신규 채용이 지난해 2만8,533명에서 올해 1만4,537명으로 대폭 줄면서, 경쟁률은 지난해 49대 1에서 올해 87대 1로 크게 뛰었다. 관련 기관 종사자나 임시직을 제외한 중국의 국가직 공무원은 700만명 규모다.

 

조기 퇴직 자격을 갖춘 공무원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시대 변화에 뒤처져 스트레스로 뒷목 잡고 쓰러지느니 이제라도 마음 편하게 살겠다”는 소신파와 “연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면 하루라도 더 근무해야 한다”는 현실파의 견해가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이다.

 

오히려 당사자가 아닌 교사들이 반발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는 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초중고교는 정부기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가 실제로 공무원 대우를 받는 것과 달리 조기 퇴직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에 교사들은 평균 나이가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고, 학생들은 갈수록 교사를 무시하는데도 업무 강도는 좀체 줄어들지 않아 견딜 수 없다며 “우리도 조기 퇴직을 허용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코로나로 경제 불확실성 커져

안정적 신분에 급여까지 올라

2021년 정부 부처직 경쟁률 61대1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중국 청년들이 늘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올해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158만명으로 정부 부처 일자리 2만5700개를 놓고 무려 61대 1의 경쟁을 치러야 한다.

지원자 수는 2009년 105만명, 2003년 12만5000명에 비해 급증했다. 지방정부 공무원 시험 응시자까지 포함하면 올해 중국 공무원 응시자는 900만명까지 늘어난다.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사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른바 ‘996(주 6일 오전 9시∼오후 9시 근무)’으로 대변되는 일부 사기업의 강도 높은 근무 환경 등으로 인해 안정적 신분인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늘고 있다.

특히 5∼10년 전만 해도 공무원은 안정적이지만 따분하고 낮은 임금의 직업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5년간 공무원 급여가 올라가고 사회적으로도 높은 신분을 유지하는 등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다.

1990∼2000년대만 해도 중국 대졸자들은 유학 준비를 했고,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유학한 후 돌아와 외국계 기업이나 회계 업계에 취직하는 게 인기였다.

중국 남부 광둥성 후이저우시의 초급 간부 자리는 월급이 1만4000위안(약 246만원)으로 2019년 기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월평균 급여 6858위안보다 두 배 넘게 많다.

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일컫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중국 공산당 지지 성향이 높다는 점도 공무원 선호의 이유로 꼽혔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도 성장했다. 공무원 시험 학원의 공동 창업자 리융신은 2019년 중국 후룬리포트가 집계한 부자 순위에서 중국 교육 분야의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그의 자산은 13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