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플을 지배하면 세계를 지배한다.’
1453년까지 유럽 대륙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통용되던 말이다. 콘스탄티노플은 현재의 이스탄불이다. 거칠게 말하면, 세계사는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의 갈등과 대립이었다. 1453년 5월 29일. 오스만투르크의 황제 술탄 메메드 2세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콘스탄티노플 성(城)을 함락시켰다. 이로써 1123년간 유지되던 동로마제국(330~1453·비잔틴제국)은 막을 내렸다.
‘콘스탄티노플을 지배하면 세계를 지배한다.’ 이 말 속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 지도를 보자. 콘스탄티노플은 지중해로, 곧 유럽으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1453년까지 세계는 지중해문명과 동양문명이 지배했다. 동로마제국은 아프리카 북부에서부터 발칸반도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중국 시안이 기점인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 내륙길을 관통한 대상(隊商)들이 집결하는 곳이 콘스탄티노플이었다. 이곳에 집하된 동양의 진귀한 물품들은 뱃길을 따라 베네치아에 모였다가 다시 유럽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유럽 왕실과 귀족들은 이렇게 들어온 중국의 비단과 인도의 향신료 등을 비싼 값에 구입했다.
1453년 6월,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에 정복당한 후 기독교문명이 약탈과 방화로 잿더미가 되었다는 소식이 유럽에 전해졌다. 유럽은 충격과 혼돈에 빠졌다. 하루아침에 비단길을 통한 동서 교류가 끊겨 버린 상황. 공급과 수요의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했다. 비단과 정향, 육두구 등 향신료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비단, 정향, 육두구 등은 집어등(集魚燈)처럼 일확천금에 번들거리는 눈빛들을 끌어모았다. 모험가와 자본가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항해술에 능한 탐험가들은 동양의 보물을 손에 넣으려 대양(大洋)을 선택했다. 서쪽으로 나가 대서양 너머에 있는 동양에서 직접 보물을 배로 실어올 수만 있다면…. 자본을 댄 곳은 왕실이었다. 대항해 시대가 개막되었다. 이탈리아 사람인 탐험가 콜럼버스가 스폰서를 물색하다가 스페인 여왕 이사벨라의 후원으로 인도를 향해 출발한 게 1492년! 그리고 세상은 그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대항해 시대를 이끈 유럽은 결과적으로 세계를 아시아에서 유럽 중심으로 바꿔놓았다.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투르크제국은 유럽으로 통하는 아시아 대륙을 장악했지만 470년 후 1차 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와해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를 맞아 지금 세계는 카오스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계의 집단 패닉을 접하며 나는 1453년의 콘스탄티노플을 떠올렸다. 1453년 6월의 유럽 사람들이 바로 지금 세계와 같았을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본능과 우연이라고 갈파한 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것은 우연한 사건에 해당한다. 하지만 허영과 물질에 대한 유럽인의 집단욕망의 분출이 대서양을 향해 닻을 올리게 했고, 세상을 바꿔놓았다. 트럼프 당선 역시 여러 가지 우연이 중첩된 결과다. 그러나, 아무리 트럼프라 하더라도 결국은 미국인과 세계인의 공통된 집단욕망을 수렴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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