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식

MSCI 신흥시장 지수 변경 여파

미네소타 재테크 2019. 5. 29. 07:17
입력 2019.05.29 03:07

MSCI 신흥시장 지수 변경 여파

세계 최대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28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MSCI 신흥시장(EM·Emerging Market) 지수를 변경,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한국 비중은 줄였다. 이번 조정은 크든 작든 외국인 투자 자금의 한국 시장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악재로 평가받는다. 반면 최근 고전 중인 중국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A주(중국 본토 기업)의 비중이 배로 늘어나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 좌우하는 EM 지수… "한국서 3조원 유출 가능"

MSCI EM 지수는 한국, 중국, 대만,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상장 기업 1100여 곳으로 구성돼 있다. MSCI는 반기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수 편입 비중을 조정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번 5월 조정에서는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시가총액 기준 32.8%에서 33.0%로 0.2%포인트 높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시장도 처음으로 EM 지수에 편입됐다. 반면 한국의 비중은 12.6%에서 12.1%로 0.5%포인트 줄어들게 됐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0.13%포인트), SK하이닉스(0.07%포인트) 등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MSCI 신흥시장 지수 조정 전후 주요 국가별 비중 그래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MSCI EM 지수가 바뀔 경우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MSCI EM 지수를 따르는 자금 규모는 약 1조8000억~2조달러(2139조~2376조원)로 추산된다. 한국 비중이 0.5%포인트 줄어들면, 산술적으로 최대 11조8800억원의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갈 외국인 자금 규모를 약 3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수를 거의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 펀드는 달라진 비중에 따라 자산 구성을 바꿔야 하지만, 종목 변경이 비교적 자유로운 액티브 펀드는 자금이 일시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EM 지수 조정 당일인 28일 코스피 시장에서 약 718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 24일에는 3097억원, 27일에도 1947억원을 순매도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가 1조원 이상임을 감안할 때 MSCI 영향은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 A주 비중 2배로… 23조원 이상 순유입 전망

신영증권은 이번 지수 조정에 따라 약 200억달러(23조7000억원)의 자금이 중국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 전체의 비중은 0.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핵심인 중국 A주의 비중은 0.81%에서 1.65%로 배 이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 A주는 본토 상하이 시장에 상장된 기업으로, 공상은행·귀주모태·항서제약 등 유명 대형주가 대거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내국인(중국인)이 투자했지만, 비중 확대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MSCI는 오는 8월과 11월에도 중국 A주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중국 상하이 A 지수는 0.61% 올랐다.

하지만 당장 중국 증시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무역 갈등이 진행 중인 데다, 중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6월 미·중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느냐에 따라 MSCI EM 지수 편입 확대라는 이벤트의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MSCI 신흥시장(EM) 지수

지수 산출 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아시아·중남미 등 28국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기 때문에,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특정 국가의 비중이 높아지면 그 나라의 외국인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