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야 운동이다" 나 홀로 운동 '혼동족’을 위한 스포츠 웨어 뜬다
입력 : 2017.01.19 07:00
안방 요가, 홈 트레이닝 인기… 운동복 ‘예뻐야’ 동기 자극
SNS에 운동과정 공개... 혼동족 ‘인증샷 열풍'으로 애슬레저 시장 활짝
좀더 외롭게, 좀더 강하게… 스타일과 기능성 극대화로 SNS시대 소비자 잡는다
- ▲ 러닝, 요가, 피트니스 등 개인화된 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 웨어가 변하고 있다 /사진=아보카도 제공
직장인 최씨(28세, 여)는 매일 저녁 유튜브 ‘홈트(홈 트레이닝) 영상’을 보며 요가를 한다. 벌써 5개월째, 운동으로 체중을 20kg이나 감량했다는 홈 트레이너를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운동의 마무리는 인증샷, 홈 트레이닝이 끝나면 셀피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변하는 몸매를 기록한다. 아직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예뻐요”, “비결 좀 알려주세요”라는 댓글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홈 트레이닝이 일상이 되면서 쇼핑습관도 바뀌었다. 최씨는 홈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후 대부분의 쇼핑 비용을 피트니스 웨어를 구입하는 데 쓰고 있다. 예전에는 뱃살과 두꺼운 허벅지를 감출 수 있는 원피스나 스커트를 주로 샀지만, 이제는 몸매를 날씬하게 잡아주는 화려한 피트니스 웨어에 더 손이 간다. 예쁜 옷을 입고 인증샷을 올리면 반응이 더 좋기 때문이다.
◆ ‘홈트’ ‘혼동’ 부상… 애슬레저 인기 계속된다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에 이어 혼동(혼자 운동하기)이 부상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혼자 운동’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혼자 운동하는 법,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 등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뜬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모델 한혜진, 이소라 등의 운동법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수두룩하다. 혼자 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홈트(홈 트레이닝), 홈핏(홈 피트니스)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혼동족이 늘면서 스포츠 웨어도 애슬레저(athleisure∙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과 일상복을 겸할 수 있는 감각적인 스포츠 의류)가 대세다. 러닝, 피트니스, 요가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뜨면서 애슬레저가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포츠 웨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8% 성장한 6조9807억 원으로, 이 가운데 애슬레저 시장은 1조 5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2009년 5000억 원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애슬레저 시장은 2018년 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SNS에 인증하는 혼동족... 운동복도 패션이다
“꾸준히 운동하는 제 모습은 미(美)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에게 많은 자극이 됩니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만큼 외적인 면이 중요한데, 운동으로 건강하고 탄력 있게 변하는 몸과 밝아진 표정은 궁극적으로 패션과 연결되죠. 저는 예쁘고 감각적으로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수퍼썬(SUPER SU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패션 콘텐츠 디렉터 김선아씨에게 운동은 곧 패션이다. 요가, 복싱, 크로스핏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던 그는 2015년 필라테스와 트레이닝으로 15kg을 감량한 이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쁜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한다.
“자주 입는 운동복만 30벌이 넘어요. 좋아하는 브랜드는 스텔라맥카트니 for 아디다스. 패션 디자이너가 만든 스포츠 웨어인 만큼 세련된 컬러가 마음에 들어요.”
과거 운동복은 단체복의 개념이 컸다. 개인보다는 팀의 정체성이 중요했다. 헬스장을 가도 모두 왼쪽 가슴에 헬스장 로고가 투박하게 박힌 회색 티셔츠와 남색 반바지를 입었다. 운동복을 따로 준비할 필요 없어 편리했지만, 반대로 재미와 능률은 반감됐다.
그러나 혼동족, 홈트족은 운동복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개인화된 스포츠 시대, 운동복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패션으로 여겨진다. 한 두벌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일상복을 스타일링 하듯 운동의 목적과 컨디션에 맞춰 운동복을 맞춰 입는다.
SNS 상에 운동량과 성과를 인증하는 ‘인증 문화’는 스포츠 웨어의 패션화를 부추기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헬스타그램(헬스+인스타그램) 게시물이 140만 건에 육박한다. #운동스타그램(57만건), #홈트레이닝(10만건) 등 관련 게시물도 넘쳐난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소셜 트레이닝 족은 패션성과 기능성을 갖춘 스포츠 웨어에 열광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 웨어 시장에는 아디다스 스텔라 스포츠, 뉴발란스 우먼스, 룰루레몬, 아보카도 등 다양한 애슬레저 브랜드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도 질스튜어트 스포츠, 캘빈클라인 퍼포먼스 등이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 ‘운동은 나 자신과의 싸움’, 고도화된 기능성 스포츠 웨어 인기
개인화된 스포츠에서는 남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을 도와주는 고도화(高度化)된 기능성 스포츠 웨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를 퍼포먼스 웨어(performance wear∙첨단 기술과 소재를 반영한 스포츠 활동에 최적화된 스포츠 의류)라고 부른다. 운동선수들이 경기할 때 착용하는 기능성 내의인 베이스 레이어(base layer)부터, 웨어러블 기술을 접목해 운동량을 관리하고 개인의 기록 경신을 도와주는 스마트 웨어까지, 다양한 기능성 스포츠 웨어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나이키는 운동 효율성을 높여주는 나이키 조널 스트렝스 타이츠(Nike Zonal Strength Tights)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소재에 내장된 컴프레션 존(Compression Zone)을 통해 운동 종류에 따라 필요한 근육을 정확하게 잡아준다. 아디다스는 전문 선수를 위한 애슬레틱스 라인을 선보였는데 일부 상품이 한 달만에 완판됐다.
신규 론칭하는 다이나핏은 러닝, 트레이닝, 베이스 레이어 등 개인 스포츠에 특화된 하이 퍼포먼스 컨셉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러닝화의 경우 독자 개발한 아웃솔(밑창)을 적용해 반발탄성(충격, 외력에 의해 생긴 변형을 원래의 위치로 돌아 가게 하는 성질)을 높였다.
언더아머는 운동 기록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스마트 운동화를 선보였다. 신발 밑창에 디지털 센서가 장착돼 있어 착용자의 근육 피로 상태 등을 모니터링한다. 나이키, 아디다스를 넘보는 신흥강자로 평가받고 있는 언더아머는 올해 국내 직 진출을 통해 사세를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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