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터 트럭·립스틱… 불황형 제품 잘 팔렸다

미네소타 재테크 2016. 12. 31. 08:11

입력 : 2016.12.31 00:51

생계형으로 많이 사용하는 '포터' 전체 車판매량 사상 처음 1위

편의점 도시락 매출 3배 늘어
가성비 높은 中企 TV '제파' 온라인 쇼핑몰서 판매 1위로

현대자동차가 30일 올해 국내에서 팔린 브랜드별 판매량을 잠정 집계한 결과, 1t 트럭 '포터'가 전체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트럭이 연간 판매량 1위에 오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국내 베스트셀링카는 승용차들의 독무대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택배·운반 등 생계형으로 많이 쓰는 포터의 판매량은 불황의 '가늠자'로 간주한다"면서 "IMF 외환 위기 직후 포터 판매량이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어났었다"고 말했다.

◇불황형 제품이 호황 누렸던 2016년

불황과 소비 침체의 장기화로 올해의 히트 상품은 포터와 같은 '불황형 제품'이었다. 편의점에서는 싼값에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올해 도시락 매출이 전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씨유(CU)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배, GS25는 2.7배 증가했다. 씨유 관계자는 30일 "올해의 판매 품목 1위는 기존의 소주를 제치고 '백종원 도시락'이 차지했다"고 말했다. 커피 역시 4000~5000원대 커피 전문점 커피 대신 1000원대 편의점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지난해 1월 원두커피 '세븐카페'를 출시한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해 2700만 잔을 팔아 지난해(240만 잔)보다 12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쏘나타, 아반떼를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에 오른 포터 외

불황이 지속되면 립스틱 판매가 증가한다는 일명 '립스틱 효과'도 두드러졌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올해(1~11월) 더페이스샵 립스틱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VDL 립스틱은 82% 증가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소비가 위축될 때 여성들이 고가의 쇼핑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립스틱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새 옷을 사는 대신 가지고 있던 옷을 수선해 입는 경우가 늘면서 올해 재봉틀 판매가 전년 대비 141%(G마켓) 증가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중고품 판매도 급증

경기 침체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TV·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을 고를 때 브랜드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에서 중소 가전업체 디엘티의 TV '제파'는 유명 대기업 제품을 제치고 올 한 해 전체 가전제품 가운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 제품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40인치 UHD TV는 29만9000원으로 시판 대기업 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티몬은 "품질 차가 그렇게 크지 않은 데다 1년간 무상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애프터서비스도 향상되면서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1만1000대가 팔렸다"고 말했다.

중고 제품도 많이 팔렸다.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는 이날 "올해 중고 제품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1% 늘어났다"고 밝혔다. 노트북·휴대폰부터 생활·레저용품까지 찾는 품목도 다양했다. 11번가 관계자는 "남의 손을 탄 제품이지만 쓰는 데 문제가 없고 가격도 저렴해 지갑이 얇아진 젊은 층이 많이 구매했다"며 "새 제품이지만 작은 흠집이나 하자가 있어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가구나 패션잡화 등도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수확 전에 나무에서 떨어진 낙과(落果)나 모양이 좋지 않아 판매가 보류된 과 일들을 모아 싼값에 내놓은 상품도 작년보다 55% 증가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내년에도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의 판매·마케팅 전략은 고가 상품보단 가성비를 강조한 제품군에 더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가성비 좋은 제품 못잖게 고부가가치 품목 개발에도 주력하지 않으면 산업 구조가 왜곡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31/20161231002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