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역설… 소비하라고 내렸는데, 저축만 늘어
입력 : 2016.08.10 02:18
[오늘의 세상]
유럽·일본, '마이너스 금리' 역효과… 우리나라도 비슷한 양상
90년대 일본식 '저축의 역설' 확산… 불황때 저축 늘면 경기회복 지체
"미래 불안감 줄이는 노력 더해야"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나라들의 가계 저축률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기는커녕 저축이 늘어나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불황기 때 저축이 늘면 돈이 은행에만 잠겨 있으면서 경기 회복은 멀어지는 것이어서 저축률 상승은 세계 경제에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日 '마이너스 금리'에도 저축 늘어
9일 OECD 자료에 따르면 작년 독일의 가계 저축률은 2010년 이후 최고인 9.7%로 올랐다. 가계 저축률은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인 가처분소득 중 저축한 돈의 비율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선언한 일본도 저축률이 높아지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행이 집계한 올해 1분기 일본 가구의 현금과 저축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불어났다. 일본의 저축률은 지난해 1.3%에서 올해 2.1%(OECD 추산)로 올라갈 전망이다.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의 가계 저축률도 각각 올해 8.1%, 20.1%, 16.5%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식 '저축의 역설', 전 세계로 확산

경제학자 케인스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와중에 '불황 때 저축이 늘어나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는 '저축의 역설'을 주장했다. 개인적으로야 돈을 아끼는 게 불황을 견디는 방법일 수 있으나, 모든 소비자들이 저축을 늘리면 경제 전체적으론 수요가 부족해 불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논리다.
저축의 역설은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실제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1990년 연 6.0%인 금리를 1995년 연 0.5%로 낮췄지만, 가계 저축률은 1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일본 정부가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면서 온라인으로 입금해 주자 돈을 빼 쓰지 않고, 은행 계좌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일본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1998년 국민 한 사람당 3만~10만엔의 상품권을 나눠주면서 6개월 안에 본인이 쓰지 않으면 무효로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푼 돈이 다시 저축되면서 일본은 '20년 불황'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일본에선 저출산이 시작되는 동시에 이자가 낮아지면서 노후 자금 마련에 대한 불안으로 돈을 비축해두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다. 기준 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연 1.25%)으로 떨어졌지만, 가계 저축률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2011년 3.7%에서 지난해 8.8%(OECD 기준)까지 올랐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앞으로의 정책에 대한 계획을 보다 투명하게 밝히는 등 시장의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