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용·주거·노후 '3重 불안 한국'… 소득 늘어도 싼 것만 찾아

미네소타 재테크 2016. 8. 6. 07:45

입력 : 2016.08.06 02:14

[한국경제 출구가 막혀있다] [下]

초고령사회 日보다도 돈 더 안 써
40代 소비성향 감소 폭이 가장 커… 줄어들던 가계 저축도 다시 늘어

"日 20년 불황, 소비 위축서 비롯… 악순환 막을 획기적 정책 필요"

한국 국민들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보다 지갑을 더 열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형(型) 소비 위축'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세대에 걸쳐 소비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소비성향을 분석해보면, 전 세대에 걸쳐 3~6%포인트씩 감소했다. 기본적으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세대인 40대의 소비성향이 2010년 81.4%에서 지난해 75.5%로 줄어 감소 폭(5.9%포인트)이 가장 컸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20~30대는 고용 불안, 40대는 주거·교육비 부담, 50~60대는 노후 불안으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용·노후·주거 불안이라는 삼각파도가 동시에 몰려오면서 벌어지는 급속하고도 광범위한 소비 위축은 앞으로 한국 경제에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주거·노후 3대 불안에 '소비 절벽'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유성훈(42)씨는 "올 초 빚을 내 전세금을 6000만원 올려줬다"며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데다 노후 대비도 안 돼 있으니 돈 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모님으로부터 매월 용돈 40만원을 받는 취업준비생 신모(28)씨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한 끼만 먹는데, 그것도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다"며 "취업할 때까진 이런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부장인 김모(52)씨는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노후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세대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이는 저성장과 고령화가 함께 불어닥치는 한국 경제의 특수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줄고 있던 우리나라 가계 저축도 다시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 순저축률은 고도성장기에는 꾸준히 올라 1990년대 20%대까지 상승했다가,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07~2012년 3%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해마다 약 1.5%포인트씩 올라 지난해 7.7%까지 올랐다. 2011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계 저축률이 19위였던 한국은 2014년 9위로 올랐다.

◇소득 늘어도 돈 안 써… 미래 불안에 싼 것만 찾는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H정보통신 최모(43) 부장은 올 초 연말정산을 하며 자신의 소득과 한 해 지출을 계산해 봤다. 지난해 최 부장 연봉은 5500만원으로 전년보다 2.5% 정도 올랐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은 1430만원으로 오히려 100만원 정도 줄었다. 양복 등 의류 구입비와 외식비를 줄인 탓이다. 최 부장은 "급등하는 전세금을 감당하고, 노후를 대비하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 감소는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전국 2인 이상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10년 396만5336원에서 지난해 478만5259원으로 21%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지출 증가는 12%에 그쳤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소비 형태가 저가 상품에 집중되고 있다. 작년 1분기 저비용항공사(LCC) 승객 수는 532만명이었지만 올 1분기엔 703만명으로 32% 급증했다. 값싸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찾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도 2014년 2000억원에서 올해는 5000억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백화점이 주력인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2013년 16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2000억원으로 2.4% 줄었다. 김주영 서강대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소비 감소로 시작되는 불황의 악순환 끊어야

우리 경제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본격적인 소비 감소의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는 지금부터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12.7%인 65세 이상 인구가 20년 내에 20%까지 치솟는다. 또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도 시작된다. 생산과 소비 주체인 청·장년층이 급감하는 '인구 절벽'은 '소비 절 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도 1990년대 중반 시작된 소비 위축이 2000년대 들어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며 "이런 악순환이 '20년 불황'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당분간 소비가 최고의 미덕이란 관점에서 고소득층의 소비까지 진작시키는 등의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