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 경기 저점(低點) 확정키로..."작년 상반기가 저점"
입력 : 2016.05.16 11:00 | 수정 : 2016.05.16 13:20
정부가 다음 달 경기 저점(低點)을 확정하기로 했다. 경기는 저점→상승→정점(頂點)→하강→저점으로 이어지는 순환 사이클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11년 8월 정점을 찍은 이후 경기 지표가 장기간 횡보하며 4년이 넘도록 저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결정될 저점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있었던 2015년 상반기 중 한 달이 전망이다.
16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중순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 회의를 열고 경기 저점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을 바탕으로 경기의 정점과 저점을 정한다. 경기의 흐름이 바뀐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과거 언제가 정점이었다 또는 언제가 저점이었다는 판단을 한다.
그동안 한국의 경기는 평균적으로 약 4년을 주기로 순환했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 정점과 저점을 보면 기준점인 100보다 많게는 5~7포인트 높거나 낮은 점에서 결정되기도 하고, 적게는 1~2포인트 높거나 낮은 곳에서 결정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지난 1996년 3월 정점 때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4.7이었고, 1998년 8월 저점 때는 93.2였다. 경기가 크게 좋아졌다 크게 나빠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8월에는 기준치와 큰 차이가 없는 101.4로 정점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저점의 경우에도 2001년 7월 저점은 98.8에서 결정됐다.
최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2011년 8월 101.4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99~101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무려 4년 동안 경기가 게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경기 저점이 어디인지를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장기 침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통계청은 오랜 분석과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저점을 찍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가 추가로 수축할 위험이 크지 않은데다, 경제주체들이 경기를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결정을 마냥 미루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상적인 사이클이 지났는데도 저점을 찍지 않으면 경기 흐름을 분석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다음 달 경기종합지수를 산출하는 방식도 개편할 예정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물론 앞으로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등이 경기종합지수에 해당한다. 이번 개편으로 지수를 구성하는 항목 등이 바뀌면 수치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금 경기 저점을 확정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경기 흐름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흐름에 대한 판단을 너무 오래 미루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 저점 논의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이번에 결정하는 것이 잠정치이기 때문에 저점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면 수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저점을 지나면 경기가 빨리 살아나게 마련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닌데다, 작년 상반기 이후 실제 경기가 별로 좋아진 것도 없다”면서 “저점을 지났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순환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