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소득 분배 구조 아시아 최악...상위 10%가 전체 소득 45% 차지

미네소타 재테크 2016. 3. 17. 12:22

입력 : 2016.03.16 16:22 IMF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
韓 지니 지수 하락에도 소득 상위 10% 비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

한국은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해, 아시아 국가들 중 소득 분배 정도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6일 발표한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45%로, 싱가포르(42%), 일본(41%), 뉴질랜드(32%) 등 조사 대상 아시아 22개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 국민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9%에서 2013년 45%로 급증했다. 한국의 소득 상위 국민 10%의 소득 점유율이 18년 간 무려 16%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IMF는 고령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양분된 고용 시장, 여성의 저조한 경제 활동 참여 등이 한국의 소득 분배 구조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 상위 1% 비중은 12%로 싱가포르 이어 2위 …지니 지수는 하락

한국의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를 기록, 8년 새 5%포인트 상승하며 싱가포르(1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현황(1990년과 2013년 비교)/세계은행, IMF 제공
아시아 국가 중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현황(1990년과 2013년 비교)/세계은행, IMF 제공

IMF는 “한국의 사회 계층 간 이동성이 낮아진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나타났다”며” “이는 급속한 고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큰 임금 격차, 성별 간 불평등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중 지난 20년 간 소득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감소한 지역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에 불과하다.

다만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 지수는 한국은 1990년 32에서 2013년 31로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숫자가 클 수록 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국, 인도,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15개 국가는 지니 계수가 상승했다. 특히 중국(33→53), 인도(45→51) 등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상승이 두드러졌다. 아시아 국가 전체 평균은 36에서 40으로 4포인트 올랐다.

◆ 亞 빈곤률 하락했지만 소득 불평등 확대

보고서는 1990년 전후만 해도 아시아의 성장률은 매우 견조했고 빈곤도 크게 줄었다며, 당시 ‘아시아의 기적’이라 불리던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은 공정한 분배를 동반한 빠른 성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1990~2015년까지 아시아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연평균 약 6%씩 성장했다. 빈곤률(하루벌이가 1.25달러에 못 미치는 인구의 비율)은 1990년 55%에서 2010년 21%로 하락했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은 확대됐다. IMF는 “지니 지수는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는 하락하는 추세지만 아시아에서는 반대로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들도 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IMF는 아시아 각국이 최근 수년 동안 ‘포괄적인 성장’을 국가적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2016~2020)에서 ‘균형 잡히고 포괄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강조했다. 인도는 앞서 2012~2017년 5개년 계획에서, 필리핀은 2011~2015년의 발전 계획에서 이와 비슷한 목표를 제시했다.

과거 불평등은 성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업 활동과 교육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산을 축적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원활하지 않은 소득 분배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IMF가 인용한 에라 다블라 노리스 등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5분위(상위 20%)의 소득 비중이 증가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중기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하위 5분위의 소득이 증가하면 성장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 한국-일본 유사 …고령화, 비정규직-정규직 격차 커지며 소득 분배 악화

한편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와 불평등 문제는 아시아 권역 내 선진국인 일본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일본에서 지니 지수는 1990년 27에서 2010년 31로 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낮은 것이긴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득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이 기간 7%포인트 증가했다.

IMF는 한국과 유사하게 일본 역시 고령화, 여성의 낮은 경제 활동 참여,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확대 등으로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가 인용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경제 버블 붕괴 이전인 1990년대 20%에서 2011년 35%로 늘었다. 게다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70%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한국과 일본의 소득 분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적인 고용 구조를 꼽았다. 이러한 이중 구조로 인해 실업률은 낮아지지만, 비정규직은 덜 벌고, 훈련 기회가 적고, 사회보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사회 계층 간 이동도 어려워 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