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실전투자대회 우승자들의 속사정..
주식 실전투자대회 우승자들의 속사정..
실전투자대회는 그야말로 오로지 수익률로만 순위를 매기는 일종의 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실전투자대회에서 입상을 하기 위해서는 급등락이 심한 종목 위주로 매우 공격적인 매매를 해야 한다. 당연히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얻지만 실패하면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 따라서 실력이 아니라 단기간에 운이 좋아서 우승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두 개의 실전투자대회에서는 꽤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이 나머지 대회에서는 죽을 쑤기도 한다. 물론 이들 중에는 K 씨처럼 여러 개 대회에서 입상을 해서 영웅으로 떠오르는 사람도 있다.
K 씨 역시 5년간 각종 실전투자대회에서 무려 10번이나 우승을 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워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고졸 학력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해서 고생해가며 사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주식 투자 때문에 큰 손실을 보고 이혼까지 하는 등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 몰렸지만 절치부심하고 오로지 주식 하나에만 매달린 끝에 결국 수익률 대회
우승컵을 모두 휩쓰는 국내 최강자로 거듭난 것이다.
한 편의 극적인 영화와 같은 삶을 산 K 씨는 이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주식투자연구소까지 설립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K 씨의 화려한 수익률 뒤에는 주가조작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K 씨는 수익률대회에 우승하기 위해 차명 계좌를 이용했다. 그의 수법은 평소 거래량이 한산한 종목들을 주로 거래하면서, 본인 계좌로 미리 종목을 사둔 뒤 여러 개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서 주가를 끌 어올리거나 매수세가 강한 것처럼 속인 후 수익을 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대박의 꿈을 실현해줄 마법과 같은 매매 비법이 알고 보니 시세조작이었다는 것에 경악했고, 대다수 실전투자대회 입상자들이 이런 수법을 동원한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K 씨는 결국 법적 처벌을 면치 못했고, 이 사건은 지금도 증권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매년 수십 개의 실전투자대회에서 우승자들이 배출되지만, 그들 대부분은 반짝 인기를 끌다 소리소문없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개중에 한두 명 정도는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증권사나 운용사 등에서 일하거나, 증권 전문가로 활동하지만 기대한 것과 달리 굉장히 평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이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면 굳이 그와 같은 일로 생계를 유지할 까닭이 전혀 없는 것이다. D 씨나 K 씨와 같은 실전투자대회 우승자들의 말로를 보면 주식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
실전투자대회를 가위바위보 놀이에 많이 비유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가위바위보 놀이를 해서 이긴 사람들끼리 계속 경기를 하다 보면 결국 우승자 한 사람이 탄생한다. 우리는 그 우승자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쩌면 단지 운이 좋았던 것 외에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전투자대회처럼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상한가 따라잡기처럼 매우 위험이 높은 매매기법을 구사하거나, 심지어 주가 조작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그 위험 탓에 수익은 고사하고 상처뿐인 영광만을 안고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전투자대회 우승자들의 투자 방법에 너무 목매지 말고, 스스로 합리적인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그 목표수익률에 도달할 수 있는 검증된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이 가야 할 길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출처: '600원으로 시작하는 주식투자 첫걸음'(저자 정광옥 / 출판사 북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