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유럽으로 관심을 돌리는 건 버핏뿐만이 아니다. 다른 미국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에 대한 사랑을 줄이고 있다. 24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부터 4년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약 4000억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엔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특히 2013년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난해 말까지 2100억 달러가 몰렸다.
박정우 연구원은 “올해 연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9억5000만 달러가 들어온 데 비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52억7000만 달러가 몰렸다”고 말했다.
버핏의 유럽 투자를 두고 국내 증시 전문가는 “가치투자가인 버핏이 과열 논쟁이 가열된 미국 증시를 피해 유럽의 경기 회복과 성장성을 보고 장기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지난해 급격히 오른 데다 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줄고 있어 투자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양적완화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은 유럽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이며, 이번 버핏의 투자가 촉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있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증시는 유로화 약세·양적완화 등의 호재로 단기적으로 투자 기대감은 높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등 투자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버핏의 투자가 대규모로 확대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