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진화하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충격이 번지는 가운데 다음 차례는 주택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로 크게 오른 집값이 금리 상승과 함께 급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빠른 속도로 치솟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규 주택 공급은 줄어 주택 시장이 얼어붙는 상황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주택담보대출) 사태처럼 또 한번의 금융 위기를 몰고 올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주택 대출 금리 6% 육박… 2008년 이후 최고
16일(현지 시각) 미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 회사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10~16일 체결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5.78%로 전주 대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초기인 2008년 3분기 이후 최고치로 1년 전(2.93%)의 약 2배 수준이다. 주간 상승 폭 기준으론 1987년 11월 이후 가장 컸다.
모기지 금리 급등은 주택 구입 수요를 줄게 해 주택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 샘 케이터 프레디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히 올랐다”며 “대출금리 상승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달아오른 주택 시장의 열기를 식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택 시장의 ‘찬바람’은 건설 분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주택 시장이 식을 조짐이 보이자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 착공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16일 미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155만건(연 환산 기준)으로 전월보다 14.4% 감소했다. 전문가 전망치(169만건)에 못 미쳤고, 감소 폭이 코로나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컸다. 블룸버그는 “신규 주택 건설 감소세는 급등한 금리가 주택 수요를 억눌러 주택 시장을 식게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향후 주택 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5월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전월보다 7% 감소한 170만건에 그쳤다.
주택 시장의 거품 붕괴는 주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택은 단위당 가격이 주식보다 훨씬 크고 국민 대다수의 경제 활동과 연동된다. 아울러 대부분이 대출받아 집을 사기 때문에 담보인 주택의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돈을 빌려준 은행으로도 위험이 번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부실한 주택 대출이 많지는 않지만, 주택 가격에 낀 ‘거품’이 훨씬 큰 것은 위험을 키우는 요소다. 코로나 위기를 방어하려 중앙은행과 정부가 막대한 돈을 푸는 동시에 재택근무 확산으로 주택 수요까지 늘면서 지난 2년 동안 미 주택 가격(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은 38% 상승했다. 금융 위기로 미국의 주택 거품이 무너지기 전 2년간의 상승률(22%)보다 훨씬 높다.
제임스 스택 인베스테크리서치 대표는 포브스에 “주택 시장의 거품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결정적 뇌관이자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며 “이미 여러 지표가 주택 시장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15일 발표된 전미주택건설업협회의 6월 주택시장지수는 67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건설업자들이 주택 건설 환경이 악화한다고 판단할 때 하락한다.
지난 15일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집을 살 계획이 있다면 약간의 재조정(a bit of a reset)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주택과 대출의 접근성이 적합한 수준으로 수렴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그동안 거품이 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꺼트릴 각오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 악화로 지난달 소매판매가 5개월 만에 마이너스(전월 대비 -0.3%)를 기록하는 등 미 소비가 꺾일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주택 시장이 빠르게 식을 경우 미 경제에 침체가 닥칠 가능성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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